'주연'이 되지 못한 최강팀…대한항공, 챔프전

입력 2017-04-03 21:44   수정 2017-04-03 21:46

'주연'이 되지 못한 최강팀…대한항공, 챔프전

정규리그 우승에도 챔프전 세번째 준우승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대한항공의 비행이 정상 바로 앞에서 멈췄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간절히 바랐지만, 이번에도 대한항공은 조연으로 남았다.

1969년에 창단한 대한항공은 실업리그에서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써비스에 밀려 3인자에 그쳤고,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후에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0-2011∼2012-2013시즌까지 3차례 연속 챔프전에 올랐지만, 모두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의 독주가 끝난 뒤에도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2016-2017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까지만 해도 꾸준한 투자로 선수를 모은 대한항공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남자부 처음으로 시행한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밋차 가스파리니를 뽑은 건 행운이었다. 그 행운이 '두꺼운 토종 전력'과 맞물려 최상의 효과를 냈다.

앞선 시즌에서 거액을 투자해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에 실망이 컸던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은 외국인 선수 고민 없이 보냈다.

가스파리니는 득점 4위에 오르며 주포 역할을 했다. 강력한 서브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가스파리니는 이번 시즌 서브 성공 1위를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가스파리니가 주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촘촘한 방어망에 가스파리니가 고전했다. 챔피언결정전 1∼5차전에서 가스파리니는 총 125득점했다.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대한항공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토종 주포 김학민도 챔프전 5경기에서 7점으로 부진했다.

대한항공은 김학민이 부진하면 신영수나 곽승석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정규리그에서 대한항공은 김학민, 신영수, 정지석, 곽승석 등 토종 레프트 4명을 고르게 활용하며 '체력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는 '확실한 공격수'가 더 효과적이었다.

다소 부족했던 가스파리니와 부진을 떨쳐내지 못한 김학민을 신영수나 곽승석이 돕기는 역부족이었다.

박 감독은 챔프전 5차전에서 곽승석을 리베로로 활용했다. 레프트 한 명을 줄이니, 전력 공백이 더 커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김형우, 진상헌, 진성태, 최석기 등 센터진은 챔프전에서도 현대캐피탈보다 많은 블로킹을 성공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는 현대캐피탈 주포 문성민을 놓쳤다.

정규리그 내내 대한항공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선수를 고르게 기용하는 박 감독 덕에 대한항공 선수단에는 적절한 경쟁심이 자리했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웜업 존에 있을 때도 경기에 뛸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불러주기만 기다리는 문화가 정착했다"고 했다. 이런 문화는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이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남자부 최강 팀이었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단기전에서는 최고가 되지 못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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