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트럼프 무역은 '종이호랑이'…기업들은 다 알아"

입력 2017-04-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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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트럼프 무역은 '종이호랑이'…기업들은 다 알아"

멕시코 갈 기업들 다시 제자리로…페소화 가치도 원상회복

"트럼프 트레이드, 이대로 가다간 트럼프 케어와 같은 운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의 무역역조를 바로 잡아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트럼프의 허세는 어디로 갔나. 기업들은 이제 무역에 관한 한 트럼프가 '종이 호랑이(paper tiger)'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트레이드'는 실체도 없고 이뤄놓은 것도 없다는 혹평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그먼은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무역엔 겁먹고 아무 것도 안 하기(Wimping Out on Trad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트럼프가 지난 주 백악관에서 두 건의 무역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불행히도 이들 행정명령은 '별 의미 없는 것(nothingburger)'이 돼버릴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중 하나는 무역적자의 원인을 파악하라는 지시다.

크루그먼은 "그들이 이제야 무역 이슈를 공부하기 시작한 건가"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 명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인한 상계관세 이슈 등 부차적 문제를 그대로 베껴놓은 복사판이라는 것이다.

정작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들은 트럼프에게 무역 이슈는 전혀 물어보지 않고 마이클 플린(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시아 내통 의혹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트럼프는 무역 관련 행정명령에는 사인도 하지 않은 채 퇴장했고 나중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서명서류를) 한데 모아가 뒤늦게 서명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럼 이런 낭패가 의미하는 바가 뭘지 생각해보라고 크루그먼은 제안했다.

우선 기업들이 트럼프를 종이호랑이로 단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멕시코 공장을 미국 땅으로 옮기라고 으르렁거릴 땐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비위를 맞춰주려는 척 했지만, 결국 멕시코로 갈 기업은 그대로 가고 있다고 한다.

투자자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멕시코 페소 화의 가치는 작년 대선 직후 16%나 급락했다가, 트럼프 취임식 이후 요즘엔 거의 원상 회복했다.

지난주 의회에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수정 초안이 돌아다녔다.

트럼프는 NAFTA를 '사상 최악의 협상'이라 부르며 마치 폐기해버릴 것처럼 호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약간 손질하는 정도로 수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트럼프의 근로자층 지지자들이 환호했던 무역정책은 어떻게 된 건가.

크루그먼은 '크게 떠들어댄 뒤 조그마한 몽둥이 들고 오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트럼프 무역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우선 팩트부터 틀렸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한다.

NAFTA의 경우 트럼프는 미국의 큰 양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멕시코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서 깎아주는 관세 폭이 반대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의 관세 인하 폭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붙였다.

크루그먼은 "그건 6년 전에는 맞는 얘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요즘 중국은 오히려 통화가치 절하가 아니라 절상을 위해 개입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두 번째 큰 장애물은 무역협정이란 것이 이미 경제에 완전히 일체화돼 있어 어떻게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만 보더라도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북미 3국은 자동차 부품 산업 등에서 철저히 통합돼 있어 미국 자동차 산업만 따로 떼어 얘기하는 게 별 의미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크루그먼은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의회 표결 실패로 돌아간 '트럼프 케어'와 똑같은 벽에 부딪힐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을 경영한다는 건 리얼리티 TV와는 다르다. 트럼프는 몇 주전 '건강보험정책이 이렇게 복잡한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무역정책에 관해서도 같은 말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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