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경고·최근 테러추세·지역색 볼 때 가능성 농후
전문가 "시리아 내전 개입 후 러시아는 지하디스트 표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지하철역 테러의 배후를 둘러싸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후를 자처한 집단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을 토대로 체첸 등 캅카스 지역 이슬람 반군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테러의 추세나 러시아에 대한 IS의 보복 경고, 용의자의 출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IS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도 있다.
일단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수사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테러가 중앙아시아 출신 23세 자폭테러범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테러범이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타스통신도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수사당국이 중앙아시아 출신 남성 1명과 소녀 1명의 테러 연루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사당국이 이같이 지목한 중앙아시아는 최근 들어 엘리트 IS 조직원들을 양산하는 인큐베이터로 급부상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IS에 조직원으로 가담한 이들이 2천∼4천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지역을 포함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중앙아시아는 무슬림 신자가 많고, 산과 사막 등 최적의 훈련장소를 갖춰 테러조직엔 매력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더 타임스는 국제동맹국의 격퇴전에 따라 시리아, 이라크 등 기존 거점들에서 세력을 잃고 있는 IS가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조직원들은 어릴 때부터 전문적 훈련을 받아 IS 내에서도 엘리트 요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며 향후 몇 년간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러한 우려를 실제로 보여준 최근 테러 사례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IS 조직원 압둘가디르 마샤리포프(34)는 새해 첫날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난사로 39명을 살해했다.
그는 터키·아랍·러시아·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경찰의 대대적인 추적을 뚫고 도주해 한동안 은신할 정도의 테러리스트였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참여한 것도 IS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IS 거점에 대규모 폭격을 감행해 실제로 IS는 조직원과 점령지를 대거 상실하고 패퇴하기를 되풀이했다.
IS는 아사드 정권을 위협하는 시리아 반군으로 하나로서 격퇴전에 나선 서방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보복도 수시로 경고해왔다.
테러 전문가 폴 크뤽생크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후 무슬림 민간인들의 사상자가 늘면서 러시아가 세계 지하디스트의 최우선적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 대다수가 IS 소행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5년 10월 이집트의 홍해변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 반도 중북부에서 추락한 여객기도 IS 테러에 따른 참극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탑승자 224명이 모두 숨진 테러에 대해 IS는 음료캔으로 위장한 폭탄을 사용했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2011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폭탄 공격의 배후였던 '코카서스 에미레이트'도 2015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체첸 이슬람 반군은 2000년대 초부터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크고 작은 테러를 벌였으나 현재는 잠잠한 상태다.
이들 상당수가 IS가 '칼리프 국가'를 세운다며 장악한 시리아 락까나 이라크 모술 등 거점에 합류해 사실상 IS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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