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과일 하나 훔쳐도 감금…호주 원주민 투옥비율 낮춰라"

입력 2017-04-04 10:54  

유엔 "과일 하나 훔쳐도 감금…호주 원주민 투옥비율 낮춰라"

특별보고관 "재활보다 처벌 위주…빈곤 탓에 처벌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원주민들이 끔찍한 여건 속에서 살고 있으며, 구금된 젊은 원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빈곤 때문에 처벌을 받고 있다고 유엔이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유엔의 원주민 권리 특별보고관은 호주 곳곳의 원주민 공동체와 관련 시설 등을 15일간 둘러본 뒤 3일 잠정 보고서를 내놓고 호주 원주민의 열악한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호주 언론이 4일 보도했다.






빅토리아 톨리-코퍼즈 특별보고관은 원주민들을 향한 인종차별의 수위가 매우 충격적이고 이들을 위한 주택 개발 등 지원 내용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원주민들의 높은 투옥비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사소한 범법행위로 젊은층 원주민들이 체포돼 구금되는 현실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북부준주(NT) 지역에서는 젊은층 구금자들의 95%를 원주민들이 차지한다. 또 젊은층 원주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법제도에 연루될 가능성은 동년배 비원주민들보다 17배나 높다.

톨리-코퍼즈 특별보고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일 한 개를 훔쳤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람들을 만났다"며 "이들 다수는 어린이보호시설 출신으로, 이는 어린이보호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퀸즐랜드주 타운스빌의 한 청소년 구금시설 안에서 수십명의 재소자를 만난 것은 내가 본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며 "원주민 청소년을 재활보다는 구금 위주의 처벌로 나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처벌을 받고 있으며, 감금은 결국 폭력과 빈곤, 범죄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호주정부를 향해 원주민들의 투옥비율을 낮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밖에 호주가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합류하려면 원주민 문제를 우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호주정부의 나이절 스컬리언 원주민담당 장관은 원주민 대부분은 일자리를 갖고 있고 학교에 다니며 범죄에 연루되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스컬리언 장관은 그러나 원주민들에게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정부도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전체 인구 2천400만 명 중 원주민 인구는 약 3%에 불과하지만, 교도소 수용자의 약 4분의 1은 원주민들이 차지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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