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선사 "구명조끼 착용한 선원들, 강한 압력에 휘말렸을 가능성"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초대형 광석운반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할 당시, 바다로 뛰어내린 뒤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수압이 형성됐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이 나왔다.
선장의 퇴선 명령 후 구명조끼(life jacket)를 착용한 선원 상당수가 길이 300m가 넘는 초대형 화물선이 침몰하면서 일으킨 강한 수압에 휘말려 실종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4일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따르면 지난 1일 밤(한국시각 기준) 사고 해역 인근에서 구조된 필리핀 선원 D(45) 씨는 "혼자서 구명벌(life raft)을 투하한 뒤 배 밖으로 뛰어내렸는데, 배가 급속도로 침몰하면서 몸이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침몰 당시에 대해 진술했다.
D씨는 "수압이 얼마나 셌는지 5분 동안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며 "배에서 탈출할 때 필리핀인 갑판장도 뛰어내리는 것을 봤는데 수면으로 나온 뒤 더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D씨와 구명벌에 함께 탔다가 구조된 필리핀 선원 C(37) 씨 역시 "본선이 급격하게 침몰했으며 좌현 선교(브릿지)에서 혼자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300m가량 떨어진 구명벌에 승선했고, 당시 조류는 매우 빠른 편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필리핀 선원들이 배가 두 부분으로 쪼개진 뒤 침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30인승 구명정(life boat) 2척 중 1척은 반파, 나머지 1척은 선미 부분이 손상된 채로 발견됐다는 점에 비춰 급격하게 침몰하는 선체에 부딪히거나 강한 수압에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선사는 추정하고 있다.
선사는 이런 여러 정황으로 미뤄 스텔라 데이지호가 5분여 만에 급격하게 침몰하는 바람에 선원 상당수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실종자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라리스 쉬핑' 관계자는 "침몰 당시 강한 수압이 형성됐다는 필리핀 선원 증언을 보면 퇴선 과정에서 선원들에게 상당한 압력과 물리적인 힘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필리핀 선원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어 입국시켜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고 현재까지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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