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의 조직원 고령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조직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전국 폭력조직의 조직원 약 2만100명 중 40% 이상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50대 이상 조직원의 비율이 이렇게 높기는 통계가 남아있는 2006년 이후 처음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전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0.0%, 60대가 15.1%, 70대 이상도 6%였다. 2006년 말과 비교하면 20대 조직원의 비중이 12.6%에서 4.7%, 30대는 30.6%에서 20.0%로 지난 10년간 격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력이 왕성한 20~30대 조직원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반면 40대 조직원의 비중은 22.1%에서 34.1%로 높아졌다.
일본 최대의 폭력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본부 고베(神戶)시) 산하 조직의 한 두목(組長)급 조직원(70)은 아사히신문에 "지병도 있고 해서 뒤를 맡길 사람만 있으면 얼른 은퇴해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야마구치구미 분파가 만든 고베 야마구치구미(본부 효고(兵庫)현 아와지(淡路)시)와의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상급조직의 두목을 모시는 역할을 맡은 입장에서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2011년 10월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시민과 기업이 폭력조직에 이익제공을 금하는 폭력단 배제조례가 시행되는 바람에 조직원이 되려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옛날에는 (조직에서) 출세하면 돈이 모이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있는 데다 좋은 차도 탈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조례의 허점을 이용, "젊은 조직원을 숨기는" 경우도 꽤 있다. "총두목과 의형제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술잔을 나누는 의식을 치르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두거나 잔을 나누는 의식을 치르더라도 밖으로 공표하지 않는 하이리(裏盃)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시대"라는 것이다.
야마구치구미와 고베 야마구치구미의 직계 두목 중 최고령자는 각각 80세와 79세다.
도쿄(東京) 일원 간토(關東)지방의 한 폭력단 간부도 폭력단 배제조례로 기업이나 상점들이 보호비를 내지 않게 되고 조직이 관계하는 회사의 거래처가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휴대전화 계약도 못 하고 부동산도 빌리지 못하기 때문에 야쿠자의 메리트가 없다"고 한다.
지정폭력단 두목을 지낸 60대의 한 전 조직원은 "자금원(源)이 없어서" 2년 전 은퇴했다. 20년 전만 해도 한 달에 수백만 엔(약 수천만 원)의 보호료를 걷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폭들은 새로운 자금원을 찾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각성제를 취급하다 적발된 조직원 수가 2007년에는 1천 명당 3.7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6.5명으로 10년 새 크게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일본 전국의 폭력조직 조직원(준조직원 포함)은 약 3만9천100명으로 통계가 있는 1985년 이후 처음으로 4만 명 밑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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