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다른 러시아 오페라만의 매력을 느끼실 겁니다."
국립오페라단은 국내 오페라단 중 처음으로 러시아 대작 '보리스 고두노프'를 제작했다. 오는 20~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역사, 차르(tsar·황제)의 지배를 받던 민중의 구슬픈 정서가 응집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러시아 민족 특유의 장대하면서도 음울한 단조풍의 선율, 웅장하면서도 숙연한 오케스트라 연주 및 합창이 어우러져 이탈리아 작품과는 다른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이 작품은 16∼17세기 초 러시아에서 황권 찬탈의 야심을 품었다가 몰락한 실존인물 보리스 고두노프의 일대기를 담았다.
베르디와 푸치니 등 이탈리아 작곡가 중심의 오페라 무대에서 이 같은 러시아 레퍼토리는 애호가들에게도 낯설다.
김 단장은 "러시아 작품 중에서도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등 더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무소르그스키의 작품이 러시아 오페라의 정수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작품이 아름답고 풍부한 선율, 화려한 아리아, 대중적인 소재 등으로 사랑받고 있다면, 이번 작품은 러시아 색채가 물씬 풍기는 합창과 중창을 전면에 배치한다.
김 단장은 "주인공과 함께 핍박받았던 민중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 작품인 만큼 군중 장면, 즉 작품 내에서 합창단의 역할에 특별한 의미와 해석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 연출을 맡은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는 "거대한 역사적 힘과 풍부한 심리적 밀도를 지닌 작품"이라며 "미스터리, 환상, 유령, 야심, 권력 투쟁 등과 같은 극적 요소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걸작 '리어왕'이나 '맥베스'처럼 복잡하고 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노래해 왔던 성악가들도 생소한 러시아 작품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마리나' 역을 연기하게 된 메조소프라노 양송미는 "언어를 익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처음엔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음악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돼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권 출신의 베이스 오를린 아나스타소프와 미하일 카자코프가 주인공 '보리스 고두노프' 역을 연기한다.
티켓 가격은 1만~15만원. ☎ 02-580-3540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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