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르콘' 연내 생산, 中도 한ㆍ일 사드 돌파무기 곧 전력화
美, 기술력 낙후로 대책 마련에 부심…2020년대 첫선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마하 5(시속 6천120㎞) 이상의 속도로 지구 전역을 30분 이내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차세대 '극초음 무기' 개발 경쟁이 미국, 러시아, 중국 사이에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서울과 부산 거리를 불과 4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뚫고 목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꿈의 신무기'인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3국이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MD 체계 돌파에 주력하는 반면, 미국은 신속 타격 계획을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 러시아, 올해부터 '지르콘' 미사일 생산
극초음 무기 경쟁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다. 미 폭스뉴스는 러시아가 시속 7천400㎞로 250마일(402.3㎞) 거리 내에 있는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순항미사일 '지르콘'(3M22)의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사된 후 3분 15초 만에 목표물을 무력화하는 지르콘은 일반 고폭탄두뿐만 아니라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는 게 미 전략 정보·분석 예측 전문업체인 스트랫포(STRATFOR)의 설명이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은 "국방부가 지르콘의 시험을 올해 중으로 완료하고 생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 전문가도 지난달 인터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애초 내년으로 예정된 시험 일정을 올해 봄으로 앞당겨 "해상 발사체로부터 첫 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지상 발사장을 이용해 차세대(5세대) 잠수함 발사용 지르콘 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했으며, 시험 결과 비행속도는 마하 5∼6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르콘 순항미사일은 내년에 재취역하는 키로프급 핵 추진 미사일 중순양함 나이모프 제독함(만재배수량 2만8천t)에 처음으로, 이어 오는 2022년 하반기에 수리가 끝나는 똑같은 배수량의 4번째 키로프급 중순양함 표트르 벨리키(대제)함에도 지르콘 미사일을 80발씩 장착할 계획이다.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발사용 지르콘 생산도 추진된다. 러시아는 이미 야센급 후속인 차세대용 최신 잠수함인 허스키 급 핵잠수함에도 오는 2022년까지 장착할 계획이다.
또 야센급이나 구형인 타이푼급처럼 기존 핵잠수함에서도 발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Tu-160M2 '블랙잭' 전략폭격기와 개발 중인 차세대 PAK-DA 스텔스 폭격기에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 中, 한·일 사드 무력화하는 단거리 극초음 무기 개발 주력
중국은 주한 미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사드는 물론이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과 해상자위대의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 및 도입을 추진 중인 사드 무력화를 위해 사거리가 짧은 극초음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최근 캐나다에서 발간되는 중국어 군사전문지 '칸와디펜스리뷰'(漢和防務評論)를 인용, '극초음속 활공 비상체'로 불리는 마하 5~10의 이 무기의 "개발이 진행되면 일본의 방위 시스템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칸와디펜스리뷰는 중국 로켓군이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에 대응하려고 극초음속 무기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이 무기가 탄도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된다고 전했다. 발사된 후 도중에 분리돼 극초음속으로 활공하면서 방향을 전환할수 있어 요격이 매우 어렵다.
교도통신은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항천과학기술집단'이 '089 프로젝트'로 불리는 극초음속 무기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의 MD 체계를 뚫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7차례의 시험 중 6차례가 성공적이었으며, 시험 횟수도 미국을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와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프리비컨 등 미언론도 중국이 2015년 11월 23일 북부 몽골 접경지역에서 'WU-14'로 불리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6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영문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미국 핵무기 개발의 원조 격인 로스앨러모스 국립핵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천스이(陳十一) 난팡(南方)과기대 총장 등 미국에서 일하던 중국계 과학자들의 대거 '애국 귀국'에 힘입어 극초음속 무기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천 총장은 1999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비선형연구센터 부소장을 그만두고 2001년 중국으로 귀국한 뒤 공기 흐름이 극초음속 비행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기 위한 터널형 장치인 풍동(wind tunnel)을 설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 극초음속 무기개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고 SCMP는 덧붙였다.
◇ 美, 상대적으로 낙후…기술력 향상에 부심
미국 역시 2004년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지만, 러시아와 중국보다 낙후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보잉이 2013년 제작한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의 시험발사에는 성공했지만, 마하 5의 벽을 넘지 못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자카리스 미 공군 연구소장은 군사 전문매체 스카우트 워리어와의 회견에서 미사일로 대표되는 극초음속 비행체가 전투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가동하려면 아직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써는 유도체, 운항 관제, 소재 과학, 열전도 등 필요한 모든 것이 기술 성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카리스 소장은 이어 미 공군이 오는 2020년대에 초기형 극초음속 무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sh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