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카자흐스탄서 가능성 제시…유료 간 이식술 48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개발도상국 의료진을 대상으로 순수한 목적으로 간 이식술 전수에 나선 한 대학병원 교수가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새로운 형태의 수익을 창출해 의료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의료기관들이 개발도상국에 봉사와 인술(仁術) 개념으로 시작했던 의료기술 전수가 앞으로 국내 의료산업의 수익모델로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광웅 외과 교수가 지난 2013년 1월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시작한 '해외 간 이식 사업'이 새 수익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2012년 5월 간 이식술 연수를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던 카자흐스탄 외과 의사 2명이 자국으로 돌아가 그해 11월 이 교수에게 카자흐스탄 방문을 요청하면서 시작했다.
이 교수는 "당시 카자흐스탄은 지금보다 더 의료환경이 열악해 간 이식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단 1명도 없었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간신히 위급한 환자를 살리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의료진(서울대병원)이 오기 전에 러시아ㆍ터키ㆍ일본 의료진이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일부 간 이식술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만족할만한 치료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의료진이 다른 나라 의료진을 물색하던 도중 이광웅 교수팀이 물망에 오르게 됐다.
이 교수는 "첫 수술은 2013년 2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병원에서 시행했는데 수술 대상자는 간 경화 말기로 1주일 내 사망할 위기에 처한 고위 공무원이었다"며 "수술 장비와 의료인력이 부족했으나 다행히 간 이식술은 성공적이었다. 이 수술을 계기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한국 의료진의 우수한 실력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교수에게 지속적인 방문과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요청했으나, 문제는 언어소통이었다. 카자흐스탄 의료진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간 이식과 관련한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그들에게 영어로 강의하느니 차라리 내가 수술 도구 명칭을 비롯해 몇 가지 카자흐스탄ㆍ러시아어를 직접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현지 언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이렇게 언어 문제는 해결됐으나, 또 다른 걸림돌은 이 교수의 해외 출장 기간이었다. 현직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로서 계속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교수는 "카자흐스탄 정부 측에 나도 해외 출장을 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서울대병원에 수술비 명목의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더니 그쪽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수술 1건당 3천900만원을 받기로 결정이 된 후 올해 2월까지 총 48건의 간 이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진행된 서울대병원의 해외 간 이식 사업은 카자흐스탄에서만 현재 16억8천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미얀마 양곤 전문병원(Yangon Speciality hospital)과도 비슷한 사업이 추진됐으며, 서울대병원은 이 사업 모델을 베트남ㆍ네팔 등 다른 개발도상국에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단순한 수익 창출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면서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으므로 이처럼 좋은 '민간외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의료진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는 개발도상국 국민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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