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넘긴 '외래해충 삼총사' 창궐 조짐…농가 비상(종합)

입력 2017-04-05 10:07   수정 2017-04-05 10:08

따뜻한 겨울 넘긴 '외래해충 삼총사' 창궐 조짐…농가 비상(종합)

12월 관측 사상 3번째 고온…미국선녀벌레·갈색날개매미충·꽃매미 기승

해충 부화·월동 생존 급증, 과수에 치명적…"동시 광역방제가 유일 해법"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꽃샘추위까지 물러가고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해충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탓에 월동을 마친 해충들이 속속 알을 깨고 나와 활동 채비를 하고 있다.

5일 기상청과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국 평균 온도는 예년보다 1.3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평균 기온은 영상 3.1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3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평년보다 1.6도나 높았다.

1월 평균 기온도 평년보다 1.1도 높은 영상 0.1도를 기록했다.

따뜻한 날씨는 알 형태로 겨울을 나는 해충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후 여건이었다. 특히 꽃매미와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등 이른바 '돌발 해충 삼총사'의 확산이 우려된다.

돌발 해충은 기후와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돌발적으로 발생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병해충을 말한다.

미국선녀벌레는 북미와 유럽, 갈색날개매미충은 동아시아, 꽃매미는 중국이 원산지인 외래 해충이다.




농업진흥청은 "지난겨울이 워낙 따뜻해 올해 돌발 해충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갈색날개매미충과 미국선녀벌레의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근 돌발 해충 발생 면적을 보면, 2014년 9천864㏊에서 2015년 1만2천160㏊로 23.2%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만1천953㏊로 80.5%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선녀벌레 발생 면적은 8천116㏊로 전년의 2배가 넘었고, 최근 몇 년간 감소 추세가 이어졌던 꽃매미 발생 면적도 2.1배가 넘는 2천561㏊로 늘었다.






농업진흥청 관계자는 "필지에서 1마리라도 발견되면 발생 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가 어렵다"며 "방제가 소홀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진청은 해충 빈발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발생 면적을 산출할 계획이다.

돌발 해충의 확산은 지역별 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안성, 평택, 포천, 파주 등 도내 6개 지역에서 꽃매미 알 3천개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전체의 88.9%가 추위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해 월동률 81.2%보다 7.7% 높아졌다.

올해 꽃매미 알 수량도 20% 늘어났고 부화 시기도 2∼3일 앞당겨졌다.

강원도 춘천과 원주 지역에서도 꽃매미와 갈색날개매미충 부화율이 지난해보다 각각 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선녀벌레로 큰 피해를 본 충북 충주시는 올해는 방제 작업을 석 달 앞당긴다.

원래 7월에 집중 방제 작업을 했지만 올해는 방제 효과가 가장 큰 약충기(어린 벌레)인 4∼5월에 본격적인 방제를 할 계획이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농경지와 도심 생활권, 산림 등 88곳 683㏊에서 미국선녀벌레 피해가 발생했다.

전북 정읍시도 갈색날개미충이 크게 번질 우려가 크다며 농가에 조기 방제를 당부했다.

꽃매미와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는 사과와 배, 복숭아, 감, 대추, 포도 등 과수를 비롯한 작물뿐 아니라 산림에도 큰 피해를 준다.

식물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말려 죽이거나 감로(단맛을 내는 분비물)를 배설해 검게 타들어 가는 듯한 그을음병을 유발해 상품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이들이 쏟아내는 끈적거리는 왁스 물질은 식물 표면을 뒤덮어 치명적 피해를 야기한다.

이들 해충은 성충이 되면 게릴라성 기동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방제가 쉽지 않다. 한 곳을 소독하면 인근 농경지나 산림으로 피했다가 약 기운이 사라진 뒤 금세 다시 나타난다.

특히 갈색날개매미충은 산란관으로 나뭇가지 표피를 뚫어 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부화와 동시에 피해가 시작된다.

미국선녀벌레는 알집이 워낙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어 부화율 확인조차 힘들다. 전문가들조차 알집 위치를 찾아내기 힘든 데다 번식력도 왕성해 최가 들어 가장 골치 아픈 해충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들 해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치밀한 방제 전략이 필수다.

알에서 처음 깨어난 직후에는 활동이 많지 않기에 전체 알의 80% 정도가 부화기를 지난 때가 방제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때를 놓치면 일찍 부화한 개체들이 활발한 활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

또 인접 농가는 물론, 농경지와 인근 산림을 아우르는 대단위 지역을 한꺼번에 집중 방제하는 '동시다발 일망타진' 작전이 효율적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돌발 해충을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비법은 없다"며 "해충 방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민·관 공동의 대규모 동시 방제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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