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장악 헝가리 의회, 유럽중앙대학 제재 법안 가결…학문자유 침해 논란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던 미국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거액을 기부해 부다페스트에 세웠던 대학마저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인 소로스는 그동안 헝가리내 비정부기구(NGO)를 지원해왔고 1991년에는 부다페스트에 유럽중앙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을 설립했다.
CEU는 미국식 경영 대학원을 운영하는 동유럽 유일의 대학으로 세계 대학 평가에서도 50위권을 오르내리는 등 좋은 평판을 유지해왔다.
좌파 청년 운동가였던 젊은 시절 소로스 재단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던 오르반 총리는 강경 우파 정치인으로 돌아선 뒤에는 소로스를 정적으로 몰아세웠다.
소로스의 후원을 받는 NGO들을 기부금 내역, 납세 내역을 조사받았지만 범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4일(현지시간) CEU를 겨냥한 교육 관련 법안을 찬성 128, 반대 38로 통과시켰다.
우파 여당이 장악한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외국 기관 등이 대학을 운영하려면 본국에도 같은 규모의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헝가리에는 28개의 외국 대학이 있는데 CEU가 이 규제에 걸린다.
CEU는 부다페스트에만 캠퍼스가 있고 미국에는 별도 캠퍼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CEU에서 받은 학위는 미국 뉴욕 주에서도 인정된다.
오르반 총리는 CEU가 미국에 캠퍼스도 없으면서 헝가리와 미국에서 인정되는 학위를 발급하는 것은 '사기'라고 비난하면서 헝가리 대학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헝가리가 정부가 법안을 마련하자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결국 법안은 의회를 통과했다.
CEU에는 108개국 출신 1천400여명이 학생이 등록돼 있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CEU 총장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헝가리는 학문의 자유를 공격하는 첫 EU 국가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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