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여금 규모 3∼4위…유엔인구기금도 "잘못된 결정" 비판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중국의 강제낙태 프로그램에 돈을 댄다는 이유로 유엔인구기금(UNFPA)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키로 하면서 유엔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전 세계취약 여성, 청소년 그리고 가족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분담금 삭감 방침에 따라 단행된 이번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UNFPA도 유감을 표시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UNFPA에 대한 출연금 중단을 통지했다.
톰 새년 국무부 정무차관은 "유엔인구기금으로 간 지원금이 중국의 강제낙태나 비자발적 피임 프로그램의 운영에 쓰이고 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번 결정은 중국의 가족정책이 여전히 강제낙태, 비자발적 피임 등과 연관돼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앞서 '트럼프 정부'의 유엔 분담금 삭감 천명후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미국의 기여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유엔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015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UNFPA에 영국, 노르웨이에 이어 3번째로 많은 7천500만 달러(843억 원)의 기여금을 냈다. 유엔 산하기구간 지원금까지 포함시키면 4번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결정은 UNFPA의 활동의 본질과 중요성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UNFPA도 성명을 내고 유감을 나타내면서 "이는 우리가 중국에서 강제낙태나 비자발적 피임 프로그램의 운영을 지원하거나 참여하고 있다는 잘못된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고 밝혔다.
UNFPA는 이어 "우리는 개인의 인권을 증진하고, 부부가 강압이나 차별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유엔 회원국도 우리가 중국에서 한 일은 선행을 향한 힘으로 여긴다"고 반론했다.
이 기구는 이어 "앞으로도 미국과 계속 함께 일하면서 세계의 현안에 대처하고, 여성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파트너십을 회복하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UNFPA는 피임, 임신·출산 등 155개국의 모자보건·가족계획 사업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미국이 올해 내기로 한 3천250만 달러(365억 원)의 결손을 메울 수 있도록 다른 회원국에 대해 기여금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데에는 UNFPA의 중국내 활동이 1980년대부터 미국의 모든 대외지원에서 적용되는 '켐프-케슨 수정안'과 배치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 수정안은 '강제낙태나 비자발적인 피임 프로그램의 운영을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을 불허한다.
여성단체 인사들은 UNFPA의 중국 내 활동이 이 수정안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반대론자들은 과거에도 미국 정부에 대해 자금지원을 압박해왔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여성건강연합(IWHC)은 발표문을 내고 "(트럼프 정부는) 모자보건 활동을 하는 세계 최대 기구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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