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뉴스 광고 최고액 '오라일리 팩터' 타격…시청률은 고공행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꼬리를 무는 성 추문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미국의 보수성향 뉴스채널 폭스뉴스(Fox News)가 경제적 타격도 받게 됐다. 현대차, 벤츠 등 대형 광고주들이 줄줄이 광고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AP통신 등에 따르면,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의 최대 광고주인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라임타임 스폿광고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겼다.
오라일리가 지난 15년간 5차례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폭스뉴스와 오라일리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 여성들에게 모두 1천300만 달러(약 145억3천만 원)를 지급한 사실이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폭로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주요 광고주인 현대차도 "현재는 '오라일리 팩터'에 광고를 하지 않지만, 앞으로 할 스폿 광고를 취소했다"며 "우리는 포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공유하는 회사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BMW도 최근의 의혹 제기에 따라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히고,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상황을 살펴볼 때까지 광고를 일시 중단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광고 중단 의사를 밝힌 광고주들은 미쓰비시 자동차, 보험사 올스테이트, 제약사 사노피,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 등 10여 개사에 달한다고 AP통신은 집계했다.
폭스뉴스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에서 광고가 빠지는 것은 이 매체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미 언론은 예상했다.
'오라일리 팩터'는 미국 내 케이블뉴스 가운데 가장 광고료가 비싼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미디어 광고 조사기관 스탠더드 미디어 인덱스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의 2월 평균 광고료는 30초 스폿에 1만4천 달러(1천574만 원)로 책정됐다. 2015년 '오라일리 팩터'가 벌어들인 광고 수익만도 1억7천800만 달러(1천998억 원)로 알려졌다.
폭스뉴스의 성 추문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오라일리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웬디 월시는 전날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폭스뉴스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했다.
폭스뉴스 프로그램 출연자 중 한 명인 줄리 로긴스키는 2015년 당시 회장인 로저 에일스 회장에게서 성희롱을 당했다며 이날 뉴욕 주 최고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에일스는 지난해 전직 여성 앵커 그레천 칼슨에게서 성희롱 혐의로 제소당해 불명예 퇴진했는데, 로긴스키에 의해 또다시 피소됐다.
그러나 이러한 끊이지 않는 성 추문과 광고 중단에도 폭스뉴스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1분기 폭스의 시청자 수가 케이블뉴스 채널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보는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청률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보수성향의 미디어단체 미디어리서치센터의 브렌트 보젤은 WP에 "주류 미디어의 편향성을 의심하는 폭스뉴스 시청자들에게는 이러한 성 추문 의혹들을 잡음 정도로만 여긴다"며 "신빙성을 의심하거나 폭스 성공에 따른 보복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제이컵슨 코넬대 교수도 "폭스 시청자들은 대안 채널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진행자의 사적인 이슈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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