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최대 17명 초과에 기록 누락…돈받고 몰래 화물차 싣기도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과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제주, 제주∼목포·진해를 운항하는 카페리형 화물선 8척 가운데 7척이 상습적으로 정원을 최다 17명까지 초과해 운항하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일부 선사 직원은 뒷돈을 받고 화물차를 몰래 실어주는 등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선박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과 제주 지역 5개 선사와 선박 안전관리 책임자, 선장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부산∼제주, 제주∼목포·진해 노선에 카페리형 화물선 7척을 운항하는 이 선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정원(12명)보다 최다 17명 많은 인원을 태우면서 여객 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노선에 크레인을 이용하지 않고 화물차가 자력으로 승·하선하는 카페리형 화물선(일명 'RO-RO선')은 6개 선사가 운항하는 8척이다.
1개 선사가 운항하는 카페리형 화물선 1척만 법을 지켰다는 뜻이다.
또 모 선사의 예약담당 직원 김모(42) 씨는 2015년 1월부터 1년간 44차례에 걸쳐 화물차 차주에게서 1건에 47만∼50만원, 모두 2천128만원을 받고 화물차를 배에 몰래 실어준 혐의(업무상 배임)도 받고 있다.
이처럼 정원을 초과해 태우거나 화물차를 추가로 선적하면 안전 운항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여객 대장에 관련 기록을 누락하면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구조나 구난에 혼란을 줘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선사는 영업 차질을 우려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화물차 차주의 무임승차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선적 화물과 인원을 관리해야 하는 선장과 일등 항해사는 선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등 항해사 A(46) 씨는 경찰에서 "출항 전에는 화물 선적과 고박(고정)을 챙기느라 승선 인원에 대해 신경 쓸 틈도 없다"면서 "사실 정원을 얼마나 초과해 태웠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승선 인원을 초과해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등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면서 관련 부처와 협력해 처벌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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