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빅리그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한 투수가 "사람대접을 받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가 5일(한국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전한 내용을 보면, 밀워키 브루어스의 오른손 구원 투수 타일러 크레이비(28)는 지난 주말 구단의 개막전 25인 로스터 발표에서 제외되자 극도의 좌절감을 표출했다.
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11경기에 등판해 13⅓이닝을 던졌다. 1승, 평균자책점 2.03, 피안타율 0.116으로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내심 빅리그 복귀를 바랐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A행을 지시받자 크레이비가 폭발했다.
그는 지역 일간지 밀워키 저널 센티널 인터뷰에서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상실감을 토로했다.
아울러 "구단이 내게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에게 빅리그 진입을 놓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얘기하고선 막상 좋은 성적을 내자 "구단에 다른 계획이 있어 미안하다"며 마이너리그행을 지시한 것이 속상하다는 말이었다.
크레이비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때론 그것만으로 빅리그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구단이 날 방출하진 않을 테고 내가 진로를 결정하겠지만, 이렇게 대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뛰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해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밀워키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크레이비는 지난해 밀워키에서 20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2.86을 남겼다. 구단의 마이너리그 옵션 행사로 그는 지난 시즌 중 빅리그에서 짐을 쌌다.
데이비드 스턴스 밀워키 단장은 크레이비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며 좋은 성적을 즉각 보상받지 못해 선수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 야구계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크레이비의 마이너리그 강등은 시범경기에서 팀 내 타율(0.353), 홈런(6개), 타점(13개) 1위를 달렸음에도 빅리그 대신 마이너리그행 지시를 받은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를 떠올리게 한다.
미네소타 언론은 박병호의 개막전 로스터 진입 좌절을 크게 보도하며 데릭 팔비 신임 트윈스 야구 운영부문 사장과 태드 레빈 신임 단장이 '3월의 광기'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지 매체는 미네소타 구단이 투수진 강화를 이유로 박병호를 25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은 전력 외로 본 박병호의 시범경기 성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미네소타 구단의 행보를 두고 박병호를 영입한 전임 단장의 색채 지우기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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