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외교관 그린 '강화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김훈 작가를 의식하면서 썼습니다. 책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송호근(61)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장편소설 '강화도'(나남)를 내고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5일 기자들과 만나 "김훈 작가가 이 소설을 나에게 쓰라고 놔뒀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화도'는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 당시 조선측 협상대표로 나선 신헌(申櫶·1811∼1884)을 중심으로 격랑의 근대사를 펼친 역사소설이다.
유학자이자 무관·외교관이었던 신헌은 쇄국정책을 고집하는 조선 조정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일본과 협상을 벌였다. 유학을 배우며 자랐지만 개화파와도 폭넓게 교류했고 조선에서 고난을 겪는 서양인 신부들을 보면서 유교적 가치관에 혼란을 느꼈다. 신헌은 봉건과 근대 사이에 선 경계인으로 그려진다.
송 교수는 신헌을 "날아오는 창을 붙잡고서 자신이 쓰러지며 창이 조선의 깊은 심장에 박히지 않도록 만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고뇌는 "오늘날 한국이 처한 국제적 현실의 출발점"이라며 "문무를 겸비한 유장(儒將)이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그 기원을 더듬어보면 실마리가 생기지 않을까 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소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지난 100년 동안 일본과 미국, 한국은 군사동맹입니다. 군사동맹을 그대로 두고 사드를 반대하면 설득시키지 못해요. 중국과 한국은 군사동맹이 아니라 일본을 상대로 하는 역사동맹입니다. 21세기의 신헌이라면 이렇게 물어봤을 거예요. '중국과 역사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역사적 사드는 무엇인가.' 그러면 균형을 이룰 수 있고 역사·군사동맹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신헌을 주인공 삼은 소설을 오랫동안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과거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봉합된 채로 흘러온 과거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루 10시간씩 매달려 두 달 만에 장편을 완성했다. 신헌이 남긴 '심행일기' 등 역사·연구서들을 참고했다.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이던 1977년 '김춘수 시론'으로 대학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당선자가 지금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정과리였다고 한다. 송 교수는 "이번 소설은 '응답하라 1977'"이라며 "학문을 하다보면 사람들 가슴 속에 파고 들어가기 어려워 답답할 때가 있다. 소설은 문사(文士)가 쓸 수 있는 좋은 장르"라고 말했다. 29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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