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서른네 살의 알바생 아야(우에노 주리)는 편의점에서 일하다 우연히 알게 된 스무 살 연상의 '아버지뻘' 남친 이토씨(릴리 프랭키)와 동거 중이다.
좁은 집에서 이토씨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아야에게 결혼 후 연락이 뜸해진 오빠가 찾아와 아이들이 중학교 시험을 치를 때까지 6개월간 아버지(후지 다쓰야)를 모셔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야는 오빠의 부탁을 단박에 거절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이미 짐을 싸서 집안에 들어와 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아버지는 '저녁은 온 식구가 모여서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는 꼬장꼬장한 구세대다.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끼니로 '심심하게 간 한 일식'을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소바 장국이 너무 달다고 반찬 투정을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아버지는 서른이 훌쩍 넘도록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딸이 직업도 변변치 않은 50대 이혼남과 동거하는 게 못마땅스럽다.
아야에게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아버지는 평화롭던 일상에 날아든 '폭탄'과도 같다. '고집 세고 까다로운' 아버지와 이렇게 티격태격 싸우며 같이 살다보면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고 불평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아버지와 이토씨'는 34세의 아야와 그녀의 남친인 54세의 이토씨가 사는 집에 75세 아야의 아버지가 들어오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다.
뜻하지 않게 한지붕 아래 살게 된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겪는 가족 간의 고민과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영화 속에는 가끔은 도망쳐 버리고 싶지만 결국 꼭 움켜잡게 되는, 지긋지긋하면서도 애틋한 가족 간의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야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버지와 티격태격 싸운 뒤에도 늘 3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하루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를 미행하다 혼자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애잔함을 느끼기도 한다.
늘 삐걱대는 부녀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은 아야의 남친 이토씨다.
그는 평화롭던 동거생활에 불쑥 끼어든 아야의 아버지를 위해 식탁의자를 새로 사고, 불평하는 아야에게 기다리는 것보다 다가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사고를 치고 말없이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도 이토씨다.
딸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이토씨가 못마땅했던 아버지도 그의 따뜻한 배려심에 마음을 열고 그를 사위처럼, 아들처럼 대하게 된다.
영화는 개성 강한 세 사람이 한 지붕에 모여 살면서 겪는 갈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어떤 해답이나 결론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서로 벗어나려고 했다가도 다시 서로를 붙잡으며 아슬아슬하게 한지붕 아래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보기만 할 뿐이다.
다나다 유키 감독은 "다른 가족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어떤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며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서면서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볼까', '집에 조금 더 자주 내려가 볼까'라는 생각을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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