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개정판 발간…모친 기리는 연작시 5편 등 추가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괴담에 참담…전 재산 환원은 어머니와 약속 덕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친인 고(故) 채태원 여사를 기리는 에세이 '어머니' 개정판을 냈다고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이 5일 밝혔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2007년 3월 처음 발간한 지 꼭 10년 만이다.
어린 시절 시인을 꿈꿨던 이 전 대통령은 개정판에 모친을 기리는 '어머니' 연작시 5편을 담았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대폭 추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개정판 서문에서 "저는 빗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을 타고 났지만 어머니 덕분에 바로 설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내가 참을 수 있는 이유'라는 본문 첫 장(章)에는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소회가 담겼다.
그는 "내 이름이 일본식 이름이고 내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괴담이 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참담했다"며 "그러나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분노가 치밀어 참기 힘들 때마다 어머니 말씀이 귓전을 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간고교 시절 차별과 주먹질을 당할 때마다 어머니로부터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소개한 뒤 "한국 정치 현실에서 어이없고 황당한, 때로는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억울한 네거티브 정치공세를 당하면서도 맞대응하지 않고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인내 덕분"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 월급 전액 기부와 대통령 재임 중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에 대해 "이웃을 돕되 아무것도 받지 말고 돌아오라는 어머니 말씀에 '예'라고 대답했던 어린 시절 약속"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린 시절 술지게미로 끼니를 때우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지독한 가난을 회고하면서 "집이 없어 떠돌아다닐 때 느끼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집은 거주 목적이어야지 자산증식을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보금자리 주택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독한 가난과 좌절 탓에 한강에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고 가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일하는 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해 고려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일화,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공동묘지 프러포즈' 일화 등도 개정판에 추가됐다.
이 전 대통령은 "아내와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맺어줬다"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호감이 갔다. 아내는 내 일을 소중히 생각했고 바쁜 일상을 존중해줬다"고 밝혔다.
데이트 중 어머니 묘가 있는 야산으로 가 김 여사를 차에서 기다리게 한 뒤 묘로 올라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허락받으러 왔다"고 고백한 것을 살그머니 따라온 김 여사가 듣고 이를 청혼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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