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당국이 스위스가 양국 접경에서 단행한 야간 국경 봉쇄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4일 스위스가 지난 1일 밤부터 노바차노-마르체토 등 스위스 남부 티치노 주의 접경 세 지점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을 막고 있는 것과 관련, 잔카를로 케슬러 이탈리아 주재 스위스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다고 밝혔다.
케슬러 대사는 스위스 당국의 국경 폐쇄는 주변국 경찰과의 협력 방안을 시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곧 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일간 트리뷴 드 쥬네브는 이와 관련, "이번 국경 폐쇄는 특히 절도 등 국경을 넘는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6개월 동안 집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측은 이탈리아인들을 범죄자 취급할 뿐 아니라 스위스로 통근하는 많은 이탈리아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이번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스위스 정부도 인식하고 있듯이 이번 국경 폐쇄 조치는 유럽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스위스 당국이 이탈리아에서 넘어가는 통근자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범죄 기록 확인 절차도 빠른 시일 내에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 조약에는 가입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 티치노 주는 비록 실효성이 없는 상징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작년 9월 주민투표에서 이탈리아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 지역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통과시켜 이탈리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루가노, 로카르노 등이 속해있는 인구 약 35만 명의 티치노 주는 이탈리아어를 쓰는 지역으로 기차나 자동차를 이용, 이곳으로 매일 출퇴근하며 호텔, 병원 등에서 일하는 이탈리아인이 6만 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이후 스위스 내에 반이민 성향이 거세지고, 난민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봉쇄 기류가 강화되고 있는 것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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