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개장 후 처음…1990년 남북 통일축구는 능라도경기장 개최
평양에선 2013년 이후 세계역도대회 이후 두 번째
(평양 공동취재단=연합뉴스) 한국과 인도의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이 열린 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
장내 아나운서가 차분한 목소리로 "관람자 여러분, 인디아 팀과 대한민국 팀 선수들이 입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윽고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왔고, 뒤를 이어 태극기가 인도 국기, 아시아축구연맹(AFC)기와 함께 입장했다.
이후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따라 인도 국가가 연주된 뒤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김일성경기장에서 태극기와 애국가가 등장한 건 1969년 경기장 개장 후 사상 처음이다.
1990년 10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통일축구대회는 김일성경기장이 아닌 5.1경기장(현 능라도경기장)에서 열렸다.
또 평양에서 애국가가 연주된 건 2013년 9월 세계역도대회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었다.
그동안 북한은 자국 내 애국가 연주 등에 부담을 느껴 홈에서 열릴 남북 대결을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하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AFC는 앞서 이번 대회 유치 조건으로 국가 연주 및 국기 게양과 관련한 국제경기 관례를 따른다는 각서를 북한으로부터 받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AFC 규정에 따라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을 막지 않았다.
경기장에 모인 북한 관중들도 애국가 연주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5천여 명의 북한 관중들은 애국가 연주에 일제히 기립해 예의를 갖췄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대회 우승 경쟁국인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았다.
대신 약체인 인도를 주로 응원했다. 응원의 수위는 크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서 수비만 하던 인도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치고 나갈 때면 경기장이 서서히 시끄러워졌다.
"(패스를)반대로", "(앞으로)나가라", "(상대 선수를)붙으라" 등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한국 선수들이 상대 골망을 흔들 때마다 "아…"하는 탄식이 관중석에서 흘러나왔지만, 야유나 비난의 목소리는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전반전을 5-0으로 마쳤다. 하프타임이 되자 상당수의 북한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장엔 약 2천500명의 관중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북한 관중 중엔 거리낌 없이 축구 지식을 뽐내는 이들도 있었다.
후반전 초반 인도 골키퍼가 같은 팀 선수의 백패스를 잡아 페널티 지역 내 간접프리킥을 내줄 땐 한 관중이 "문지기가 멍청하구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의 7번 리민아 선수가 득점했습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경기장 내에선 금연이 철저하게 지켜졌다.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7일 사실상의 결승전인 북한과 한판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남북대결 때도 AFC 규정에 따라 해당 경기 때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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