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수석전략가, 美中회담 직전 NSC서 전격 배제…트럼프, 맥매스터 건의 수용
'안보문외한' 극우논객 NSC서 자질시비…맥매스터 불만·反이민명령 좌절에 타격
與 권력구도 '지각변동' 가능성…아웃사이더 비선 대신 공식라인으로 이동 조짐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1등 공신이자 '오른팔'로 불려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탄탄했던 입지가 정권 출범 두 달여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최측근이자 막후 실세인 배넌 수석전략가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 직위를 전격적으로 박탈했다.
특히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의 '배넌 배제'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미 정부 관계자는 AFP에 "맥매스터 보좌관이 NSC 구성의 재량권을 갖겠다고 건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미 취임 초기부터 배넌의 NSC 배제를 추진해왔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말 임명된 군 장성 출신의 '안보 총사령탑'이 NSC 안팎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아웃사이더'를 밖으로 쫓아낸 형국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뼛속까지 무골인 육군 중장 출신 맥매스터 보좌관이 NSC 내에 극우 인터넷 매체 출신 '안보 문외한'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초급 장교 때부터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대쪽'같은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배넌 수석전략가가 연방지방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좌초 위기에 선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주도한 전력도 이번 일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대선 캠페인 기간 국수주의와 반(反)자유무역을 제1 공약으로 밀어붙여 승리의 발판을 만든 배넌 수석전략가이지만, 결국 정권 출범 이후에는 그만의 독특한 극우 성향과 인종차별주의가 발목을 잡은 듯한 모습이다.
배넌 수석전략가는 정권 초기부터 막후에서 주요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대통령 배넌'이란 비아냥을 들었고, 이례적으로 NSC에 당연직을 얻으면서 야당과 언론의 반발을 부르는 등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지목돼 왔다.
배넌 수석전략가의 NSC 배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하루, 미·중 정상회담을 이틀 남긴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극우 인종주의 성향의 그가 NSC의 결정 라인에서 밀려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안보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정권의 양대 축으로 불렸던 배넌 수석전략가의 갑작스러운 1보 후퇴는 여권의 권력구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징조일 수도 있다.
'위인설관'의 느낌을 주는 수석전략가 직함을 가진 배넌의 외교·안보라인 배제는 이제부터 국가적으로 중대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비선'에 가까운 인사보다 공식 라인을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공화당전국위원회(RNC)를 이끌었던 정통 당료 출신이고, 맥매스터 보좌관 역시 엘리트 장성 코스를 밟아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교·안보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총괄하고, 내정은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주도하는 '투톱' 체제로 국정이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맏딸 이방카를 통해 이들에게 권력이 너무 쏠리지 않게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는 시나리오가 함께 거론된다.
이는 정권 초기 '아웃사이더'가 밀려나고 정통 관료와 정치인, 친족이 중심부로 진입하는 권력 투쟁 과정의 전형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의 막후 실세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 각종 선동적 표현이 담긴 취임사까지 사실상 직접 작성하며 '소통령'으로 불렸던 배넌의 운명에 미국 정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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