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극단주의와 아무 관계 없는 정치억압" 맞소송
'동성애금지법' 통과 뒤 등장한 푸틴 희화에 퇴출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러시아에서 정부 정책을 풍자하는 이미지, 소수 종교활동을 극단주의로 규정해 처벌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을 금지하고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는 조치를 둘러싼 소송의 심리를 시작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전 세계에 약 800만명의 신자를 두고 있다. 러시아에는 395개 지부가 있으며, 17만5천명이 신자로 활동한다.
법무부는 여호와의 증인 활동이 극단주의를 방지하는 러시아 법에 위배되며, 이들의 안내 책자에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여호와의 증인 본부를 극단주의 그룹 명단에 포함했다.
이에 여호와의 증인 측은 자신들이 정치적 억압의 희생양이며, 활동에 대한 금지가 불법이라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 여호와의 증인을 대표하는 아로슬라브 시불스키는 "극단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법정에서 우리 주장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9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여호와의 증인은 러시아에도 전파됐으나 소비에트 연방(소련) 당시 스탈린 통치 체제에서 금지됐다. 신도 수천명이 시베리아로 내쫓기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른 기독교 종파 신도들도 박해를 받았다.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금지는 소련 붕괴 뒤 기독교가 부활하면서 1991년 해제됐다.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게이 광대'로 묘사한 이미지도 극단주의로 보고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인터넷에 이 같은 이미지가 넘쳐나는 가운데 정부가 정확히 어떤 이미지를 지칭하는지 확실치 않아 뉴스 매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법무부는 지난주 "푸틴처럼 보이는 사람에 눈과 입에 메이크업을 하고, 반(反)게이 비판을 암시하는 설명을 단 사진은 러시아 대통령의 성적 취향이 표준에서 벗어나는 듯한 의도를 풍긴다"며 이 같은 이미지에 금지령을 내렸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정부가 2013년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게이 인권 운동가를 억압·구속한 뒤 등장해 유명해진 포스터를 지칭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현지 뉴스 매체는 화장을 한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함께 꽃을 들고 있는 사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지침을 내리면서도 정작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풍자 이미지에 의연하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광대 사진을 본 적이 없으며, 그런 사진이 대통령을 성가시게 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비방하는 저속한 풍자물을 무시하는 데 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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