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도피 로힝야족 돌아오면 환영…안전도 보장"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가 자행됐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일축했다.
수치 자문역은 6일 방영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노벨상 수상자로 기억되는 것을 우려하는지를 묻자 "현재 진행 중인 인종청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종청소라는 표현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표현하기에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많은 적대적 행위들이 있다고 본다. 무슬림들이 정부에 협력한다고 판단되는 무슬림을 죽이는 일도 있다"며 "이는 인종청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편에 선 사람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이 분열을 종식하려고 한다"고 강변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취급당하며 극심한 박해와 차별에 시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라카인주 마웅토에서는 무장괴한에 의한 경찰초소 습격사건이 벌어졌고, 미얀마군은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 거주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군경이 로힝야족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낼 목적으로 민간인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성폭행과 방화 등을 일삼는 등 '인종청소'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현장을 조사한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물론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로힝야족 난민 200여 명을 인터뷰한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 인종청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고문이 자행됐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 조사단을 긴급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미얀마 인권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그는 "2013년부터 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들은 항상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며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거나 특정 집단을 비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또 자신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테레사 수녀와 비교될만한 인물이 아닌 그저 '정치인'일 뿐이라면서, 정치인으로서 이런 물음에 답해왔으며, 집권 후 1년간 로힝야족을 비롯한 이슬람계 소수민족의 국적 확인 절차 등을 통해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수치는 "헌법에 따라 군대는 (내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전투할 수 있다. 그것이 헌법이다. 군의 문제는 군부에 있다"며 미얀마 군부가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실제로 미얀마군은 헌법에 따라 상하원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 관련 부처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
수치는 끝으로 미얀마군의 작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돌아오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들이 돌아온다면 안전할 것이다. 결정은 그들에게 달렸다. 이미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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