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과정은 우여곡절 연속…유례없는 '통째 인양'

입력 2017-04-09 18:21   수정 2017-04-09 19:02

세월호 인양과정은 우여곡절 연속…유례없는 '통째 인양'

램프 절단, 무게 증가 등 고비

(목포=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침몰사고 발생 1천90일째인 9일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가 육상에 완전히 올라왔다.

목포신항 철재부두 위에 올려진 세월호를 직접 보면 '어떻게 저렇게 큰 배가 침몰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세월호는 길이 145m, 폭 22m, 6천825t급으로 국내에 운항하는 여객선 중 최대 규모였다.

사고 당시 승객은 총 476명, 172명이 구조됐고 295명이 사망했다. 9명은 아직 미수습자로 남았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하곤 자신들만 목포해경 123정을 타고 떠났다. 그사이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해 출입구에 닿을 수 없었던 승객들은 탈출기회를 잃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는 우리나라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거센 지점이라 잠수사 등 구조인력 수백 명이 모여도 정작 수중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극소수였다.

결국 실종자 수색은 209일만인 2014년 11월 11일 중단됐고, 정부는 선체인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양수산부 산하 민·관합동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는 넉 달여 동안 시뮬레이션을 통해 2015년 4월 10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통째로 인양하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해수부는 같은 달 20일 세월호 선체인양 결정을 내려달라고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심의를 요청했고, 이틀 뒤 인양결정이 내려졌다.

이렇게 큰 배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옆으로 누운 채 육상으로 들어 올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어 '유례없는 도전'으로 관심이 쏠렸다.

세월호 인양을 위한 국제입찰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의 내로라하는 구난·구호업체들이 총 7개 컨소시엄을 구성에 참여했고 심사결과,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당초 인양완료 목표 시기는 2016년 6월 말이었다.

중국 잠수사 100명을 태운 1만t급 바지선이 세월호 침몰해역에 닻을 내려 해상기지를 구축했고 잠수사들은 육상에 내리지 않고 바지선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물살이 약해질 때마다 수중작업을 벌였다.

세월호 침몰지점은 유속이 매우 빠르고 시야가 혼탁한 데다 특히 수심에 따라 조류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 경력 20년의 베테랑 잠수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중국인 잠수사가 세월호 뱃머리 쪽에서 수중절단 작업 중 산소폭발로 기절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도 있었다.

수중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태풍이 올 때마다 침몰해역에서 철수했다가 돌아가길 반복해야 했다. 특히 세월호의 선수를 들어 올려 리프팅빔을 깔고 선미부분 해저면을 굴착해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지난한 작업 끝에 지난달 소조기인 22일 세월호를 수중에서 1m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이 시도됐고, 준비한 대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대로 본 인양에 돌입했다.

세월호는 침몰 1천73일째인 지난달 23일 오전 3시 45분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잭킹바지선과 도르래의 접촉, 세월호 선미의 자동차 출입문(램프)를 절단해야 하는 돌발상황이 차례로 해결된 뒤 24일 오후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졌다.

작업 중 혹여나 세월호가 재차 침몰하지 않을까, 소조기가 끝나기 전에 반잠수식 선박에 실을 수 있을까 모두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월호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15분 반잠수식 선박의 부양으로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을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목포신항으로 운항하기 전에 세월호를 단단히 고정하고, 반잠수식 선박에 부착했던 날개탑을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28일 오전 반잠수식선박 갑판 위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는 바람에 작업이 중단됐다. 해수부는 확인도 없이 미수습자의 유골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가 동물 뼈로 확인되는 바람에 성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29일은 새벽부터 비 가내리고 파도가 높아 온종일 손을 놓아야 했다.

3월 30일 파도가 잦아들면서 이송 준비작업이 재개돼 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오전 7시 동거차도를 출발해 오후 1시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이후 세월호를 육상에 올리기 전에 반잠수식선박 갑판 위 펄을 제거하고, 세월호의 왼편에 구멍을 뚫어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막상 세월호 왼편에 구멍을 뚫어보니 진흙이 단단히 굳어진 상태여서 배수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호 안에 있는 펄 등으로 인해 세월호의 무게가 당초 예상(1만3천t)보다 3천t이나 많은 1만6천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특수수송장비인 모듈트랜스포터(MT)의 수를 480대에서 600대로 늘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4월6일로 계획했던 육상거치는 사흘 늦춰져 이날에서야 완료됐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애타는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세월호를 육상에 올리기까지는 끊임없는 돌발상황과 해결 작업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미수습자 9명을 찾아내야 하는 가장 큰 숙제가 남아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