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상·폭력성향…법원 "양친자 관계 지속 너무 가혹"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60대 남성 A 씨와 50대 후반 여성 B 씨는 30여 년 전 혼인신고를 했지만 오래 아이를 갖지 못했다. 두 사람은 1997년 보호시설에서 친부모를 알 수 없는 만 2살도 안 된 여자아이(현재 22세)를 데려다 키우면서 친딸로 출생신고를 했다.
극진하게 보살폈지만, 딸은 6살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중학교 때부터 증세가 심해져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가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해 경찰 손에 이끌려 귀가하는 일도 잦았다.
머리채를 잡고 흔들거나 얼굴에 침을 뱉는 등 어머니인 B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딸은 2010년 3월부터 정신병원에서 입원·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행동장애가 있는 중등도 정신 지연'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정신이상과 이상행동 증세가 심해지는 딸을 키우는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2015년 9월 협의 이혼했고 20년간 친자식처럼 키운 딸을 더는 키우기 어렵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박상현 판사는 A, B 씨가 20년 전 입양한 딸을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박 판사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 양부모의 의무에 따라 한정 없는 정신적·경제적 희생을 감내한 채 양친자 관계를 지속하고 살아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지적장애 2급으로 장애인연금 대상자인데 파양으로 인해 부양의무자가 없게 되면 피고에게 지급될 급여가 늘어나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생계급여 등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며, 장애인 복지시설에 우선 입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 등 파양이 피고의 복리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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