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TK, '文대항마' 탐색하며 이동…범보수 후보 대신 安쪽으로
"핵심보수층의 安지지는 어려울 것"…막판 전략적 선택 주목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5·9 대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대세론'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보수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의 구심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파면·구속되고 보수세력이 궤멸 위기에 몰리면서 갈 곳을 잃은 보수표심이 안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로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 반기문에서 안철수까지…문재인 대항마 찾아 이동 = 그동안 보수표심은 중도·보수 성향 후보군 가운데 이른바 '문재인 대항마'가 될 수 있는 후보를 탐색하면서 계속 이동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갤럽이 유권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해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보수가 선택한 1호 대선주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었다.
반 전 총장은 1월 둘째 주 조사에서 보수성향 유권자로부터 36%의 지지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지지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에서도 22%의 지지율을 기록, 문 후보(30%) 다음을 차지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보수표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서서히 이동하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 권한대행으로 몰렸다.
보수층 유권자와 TK 지역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1월 둘째 주 각각 14%, 12%를 기록했고, 반 전 총장이 낙마한 2월 첫째 주에는 각각 23%, 17%로 상승했다. 2월 둘째 주 조사에선 보수층의 황 권한대행 지지율이 25%까지 올랐다.
다만 이 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율이 TK 지역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율도 19%로 황 권한대행(15%)보다 앞섰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하고 안 지사가 문재인 대항마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이후 보수층의 안 지사 선호는 뚜렷한 수치로 나타났다. 2월 넷째 주 조사에서 안 지사는 보수 유권자 및 TK 지역에서 각각 27%, 2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3월 15일)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대선 레이스 합류 전까지 대체로 유지됐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하면서 보수·TK지역 표심 일부가 홍 지사로 이동했고, 3월 넷째 주 보수 유권자는 안 지사(21%)와 홍 지사(20%)로 양분됐다.
하지만 안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에게 패배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확정을 앞둔 홍준표 지사의 지지세 확장이 한계를 보이자 보수·TK의 시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향했다.
3월 다섯 번째 주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보수층에선 21%, TK 지역에선 19%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각각 7%, 8%를 차지했던 직전 주 조사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 보수층·TK, 범보수 후보 대신 안철수로 기울까 = 지난 4일 국민의당 경선 종료로 5자 대선 구도가 확정된 이후에도 보수 유권자 및 TK 지역에서 안 후보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가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보도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TK 지역 지지율은 국민의당 안 후보(39.3%), 민주당 문 후보(23.2%), 한국당 홍 후보(15.2%),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3.4%) 순이었다.
또 JTBC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 유권자 1천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안 후보(38.2%)로 TK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 홍 후보, 유 후보는 각각 26.7%, 16.1%, 6.2%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안 후보(35%), 홍 후보(21.6%), 문 후보(19.9%), 유 후보(7.8%) 등의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이는 보수 유권자나 보수성향이 강한 TK 지역에서 보수·우파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홍 후보나 유 후보 대신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 후보에 대한 홍 후보나 유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문재인 대항마'로 안 후보를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게임에서 보수후보로는 안될 것 같으니 반(反)문재인 성향의 보수세력들이 전략적으로 안 후보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수·TK지역 유권자들이 홍 후보나 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안 후보에게 '올인'(다걸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후보가 보수의 가치를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핵심 보수층까지 안 후보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른바 태극기로 표현되는 보수표심까지 안 후보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면서 "홍 후보가 적어도 지금 수준의 지지는 계속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수의 전략적 선택으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안 후보에 대한 보수·TK의 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