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내 미국 리더십' 관심 없던 트럼프, 태도 변화 암시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트럼프 외교정책 변화 가능성에 주목
(뉴욕·서울=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바꿀 지에 미국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북한과 시리아의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시험대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시급한 경제·안보 이익을 위해 외교 정책에서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버리는 새로운 접근법을 따르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이런 기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6∼7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지난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미국에 핵무기를 보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미 중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우리가 떠안은 또 하나의 책임"이라며 "우리는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는 누군가를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에서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에 민간인이 대거 살상된 데 대해서도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같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민간인 살상이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이라며 "여성, 어린이, 유아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며 규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이들에 대한 공격은 큰 충격을 줬다"며 "시리아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으며, 이러한 악랄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학무기 공격의 충격적인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으며, 알 아사드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또 WP는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이 국제사회의 유일한 '슈퍼파워' 국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인 책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식을 깨웠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시리아 난민을 비롯해 고통받는 먼 나라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생생한 공포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대니얼 플렛카 부소장은 "아직 나는 백악관의 반응이 무엇인지, 그들이 아사드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인지 그냥 수사적인 변화인지 가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와 그의 '미국 우선주의' 철학이 첫 '도덕적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며 북한과 시리아 위기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내고 전통적인 외교 정책으로 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북한과 시리아에서의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초보 외교정책을 재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시리아를 글로벌 분쟁지대(hot spots)라고 부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참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지, 선거캠페인 공약 중 어떤 것을 버릴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그리고 다음 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러시아방문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때 북한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호해 온 나라이며,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의 협상 배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눈에 띄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나 공식 발언을 통해 동맹국을 화나게 했지만, 북한과 시리아에서의 변화가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효과적이고 신뢰할만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의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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