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즐기는 제멋대로 지도자'와 '통제사회 권위주의 리더'의 만남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허심탄회한 관계 맺을 가능성"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6∼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호화 리조트에서 펼쳐질 미·중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세계를 이끄는 두 정상의 상이한 기질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강력한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맞서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모두 강력한 지도자들이다. '강대강(强對强)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두 정상이지만, 그 기질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변덕스럽고 제멋대로다. 기존 워싱턴 정치의 룰을 모두 깨고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리며 국민과 소통한다. 저속하고 상스러운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반(反)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강행 등 여론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정책 행보는 바로 이러한 기질의 발로이기도 하다.
외교 무대에서도 그의 이러한 기질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악수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요청을 거부하고 찌푸린 얼굴로 기자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손을 세차게 흔들며 19초 동안이나 놓지 않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상외교 무대에서도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한 마디로 기존 외교 관례를 철저히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트럼프식 외교'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외교는 이의 대척점에 놓여 있다.
항상 격식을 따지며,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대로 장면을 연출한다. 미·중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어떻게 카메라 각도를 잡아야 할지 중국 국영 방송사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트위터가 아예 허용되지도 않는 권위주의 사회 중국의 지도자로서 이러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공적인 회담 결과를 바라지만, 회담 중 그가 물러서거나 양보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기민과 배신이 난무하는 중국 공산당 정치를 수십 년간 헤쳐나오면서 권력을 잡은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이러한 정형화된 모습이 몸에 밸 수밖에 없다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다만 두 사람의 이러한 기질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허심탄회한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관례와 사전 연출을 중시하는 시 주석이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사석에선 절친'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공식 회담이나 행사가 아닌 비공식 자리에서는 수 시간 동안 은밀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두 정상의 관계는 깊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준비된 원고 없이 즉흥적인 대화를 긴 시간 주고받았다.
결국, 북핵 문제, 통상마찰, 남중국해 영유권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양국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두 정상이 상이한 기질을 누르고 얼마나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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