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은행 M&A해 인도네시아 진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돌풍에 "겁이 덜컥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1년 정도 지나야 인터넷 전문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불러올 변화를 경계하면서도 가능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전략그룹과 미래채널그룹에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이원 뱅크', '휙 서비스' 등을 체계화·고도화하면서 그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우리가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 그러면 지게 된다"며 금리 경쟁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용할 고객이 몇 명이 될까"라며 성장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지분뱅크를 그 사례로 들었다. 일본 인구가 1억2천만명인데 지분뱅크의 고객 수는 200만∼300만명에 그친다.
김 행장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인 이들은 기존대로 은행과 거래하고 저축은행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 4∼6등급이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간 등급의 고객 수가 한정돼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한정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대출을 받은 이들이 연체하기 시작하면 인터넷 전문은행도 심사부, 관리부 등의 조직을 갖출 수밖에 없어 현재와 같은 저비용 구조가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행장은 "연체하지 않고 다 갚으면 이런 조직이 필요 없겠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고객들도 연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1년 뒤 인터넷 전문은행이 어떤 모습으로 돼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중장기 과제로 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을 제시했다. 우선으로 진출할 국가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3개국을 꼽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있음을 피력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에서 현지 지점과 법인의 설립을 불허하고 M&A를 통한 진출만 허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인수대상 은행을 선정하기 위한 전략 파트너와 법률 지원을 담당하는 법률 파트너, 인수대상 은행을 실사할 회계파트너를 선정했다.
김도진 행장은 "인도네시아 당국에서 은행 한 곳을 M&A하면 지분의 20%, 두 곳을 M&A하면 40% 보유를 허용해줘 은행 두 곳을 M&A 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M&A 계획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고 내년에는 성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진 행장은 기업은행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추진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며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기 내 전국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공언한 김 행장은 현재 71개 지점을 방문했다.
그는 "책상에 올라오는 본점의 보고서만으로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 현장의 소리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현장 경영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기업은행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성장금융, 재도약금융, 선순환금융 등으로 구성된 '동반자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성장 단계별로 강화해 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특히 경쟁력은 있으나 기업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엑시트 사모펀드(EXIT PEF)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엑시트 PEF는 창업자가 은퇴하거나 2세가 승계를 원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정상적인 가격에 제3의 기업에 인수되도록 지원하는 사모펀드다.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 "이전부터 조선·해운 협력사에 대해 전수조사를 마치고 이 회사들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을 진행해오고 있어 지금 당장 심각한 충격이 있지 않은 이상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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