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국회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앞서 조직범죄를 모의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에 대해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수사기관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며 한목소리로 폐기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범죄 실행 전에 검거 또는 처벌이 가능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법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공모죄 적용 대상을 테러집단 등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정했다. 2명 이상이 범죄를 계획하고 그 가운데 적어도 1명이 자금 조달 및 범행연습 등 준비 행동을 할 경우엔 범행 계획에 가담한 사람 모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지난달 각의(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민진·공산·자유·사민 등 야 4당은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법안이 세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시민단체나 노조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폐기된 바 있다.
이날도 야당 측은 자칫 '감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반인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수사기관이 국민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실제 문제의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거나 해당 방안에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지방의회 의견서 44건이 현재까지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테(岩手) 현 하나마키(花卷) 시 의회는 "개정안은 사상과 사람의 마음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근대 형법의 근본을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연합체인 '전쟁을 시키지 말라.(헌법)9조를 부수지 말라! 총궐기행동 실행위원회'는 이날 낮 국회 주변에서 6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 집회를 열고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저녁에는 도쿄 히비야(日比谷) 야외음악당에서 3천700여명이 참가한 집회가 이어졌다.
교토대의 다카야마 가나코(高山佳奈子) 교수는 "테러 등 준비죄라면서 테러 대책과 직접 관련된 조문이 없다"며 "정부는 거짓 정보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인, 출판 관계자, 미디어법 연구자 등도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로운 표현과 언론을 압박해 민주 시민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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