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로 알려진 1만명 명단 안 만들어…국회 위증 아니다"
"김영한 비망록, 믿을만한 상황 못 된다…'장'자, 다 내말 아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법정 증언과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유 전 장관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유 전 장관이 자신의 면직 이유에 대해 "'괘씸죄'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말한 대목부터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7명 정도 개각이 있었다"며 "저와 사이가 나빠서 그랬다는 괘씸죄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말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문체부 1급 공무원 인사에 대해서도 "저는 청와대에 근무해서 1급 인사가 몇 명인지, 성과 이름이 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1급 인사에 개입한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의 경질 관련 의혹도 "개인적인 경쟁자 제거를 위한 목적에서 (경질이) 추진됐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노구를 이끌고 여러 가지 봉사하러 들어갔지 어떤 분을 라이벌로 생각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성근 전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면담한 자리에서 퇴직 후보자 명단을 건넸다는 의혹에도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겠는가, 청문회 가면 문제 될 상황이 없는가 등을 물었지 '이런 사람을 잘라라' 한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위증 혐의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언론에 1만여명 리스트가 매일 보도됐는데 그걸 블랙리스트라는 줄 알고 만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서 2014년 5월 정부에서 만든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방안'이란 공문서를 보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나중에 보니 그런 걸 만들어서 대면 보고를 한 게 아니고 사후에 문서를 참고하라고 올려보낸 게 있다고 했다"며 "따라서 청문회에 나갔을 때는 그런 문서가 있는 줄 기억 못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 블랙리스트라는 게 문체부 직원이 만들어서 관리한 것이지 청와대에 수천 명 명단은 없었다"며 "'거짓말을 하니까 뒤통수를 치고 싶었다'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고(故)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자신을 각종 의혹의 지시자로 지목한 것에는 "'장' 표시가 있는 걸 모두 제 발언이라 단정할 수 없다. 비망록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서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 채택·인정과 관련해 예외적으로 당사자 사망 등의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엔 '특신(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이나 작성된 게 증명되면 관련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증인신문이 모두 끝났음에도 방청석에 앉아 김 전 실장의 주장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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