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살인' '엽기' 검색…경찰 "의도적으로 유인·살해" 판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집에 데리고 가 살해한 10대 소녀가 범행 전 미리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하교 시간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들에 미뤄 10대 피의자가 8살 이웃 초등생을 의도적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6일 특가법상 미성년자 약취 유인·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고교 자퇴생 A(17)양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B(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흉기로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추가 조사 결과 A양은 B양을 공원에서 만나기 전 공원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의 하교 시간과 주간 학습 안내서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초기 조사에서 "B양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을 때 배터리가 없어서 집 전화를 쓰게 하려고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양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디지털 감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당시 그의 휴대전화 전원은 켜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의 컴퓨터에서는 범행 이전에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기록이 확인됐다.
김경호 연수서 형사과장은 "A양이 살인이나 엽기와 관련한 매체에 심취해 있어서 그런 걸 실현하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A양이 본 드라마나 소설책에는 시신을 훼손하거나 현장을 치우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양은 또 범행 당일 B양을 데리고 16층인 이 아파트의 13층에서 일부러 내린 뒤 자신의 집이 있는 15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
낮 12시 50분께 B양을 데리고 집에 들어간 A양은 3시간 만인 오후 4시 9분께 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는 범행 후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A양의 평소 검색 기록이나 단 3시간 만에 살해와 시신훼손·유기 등이 모두 이뤄진 점 등에 미뤄 그가 의도적으로 B양을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과장은 "A양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고양이를 괴롭혀서 죽였다"며 진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A양이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으나 범행 동기로는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이 A양에게 추가로 적용한 특가법 제5조의 2 제2항 제2호에 따르면 약취 또는 유인한 미성년자를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다만 A양은 18세 미만 피의자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소년법을 적용받는다.
소년법 59조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 조항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당시 18세 미만이면 사형·무기형 대신 15년의 유기징역에 처하지만, A양의 죄는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여서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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