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북 선제타격론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7일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민간인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살포 만행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군사력 사용 명령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독가스 살포를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알 아사드 정권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고 바로 다음 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60∼70발을 쏟아부어, 화학무기 공격의 근거지로 쓰인 시리아 공군기지를 초토화했다. 그 단호하고 전격적인 서슬에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트럼프의 문제 해결 방식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공격 결정이 내려진 과정과 시점도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 리조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부 동반 만찬을 하고 1시간 후 공격을 승인했다. 직전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최종 브리핑도 받았다. 웃는 얼굴로 만찬을 하고 나와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곧바로 공격 버튼을 누른 셈이다. 트럼프는 만찬장에서 "우리는 이미 긴 대화를 나눴지만 얻은 게 전혀 없다"고 시 주석에게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시 주석의 답변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트럼프의 공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시리아 공습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북한과 이란을 비롯해 미국의 잠재적 적국들에 대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하루 저녁에 국빈 만찬과 미사일 공습의 롤러코스터를 탄 트럼프는 이튿날 시 주석과 취임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을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협상 테이블의 앞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회담에서 어떤 결말이 날지는 모르나, 북한이 회담 종료에 맞춰 6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지 오래다. 요즘 한반도 정세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것보다 더 아슬아슬한 것 같다.
미국이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날,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기가 막힌 김정은 위원장 동정을 하나 실었다. 김 위원장이 시리아 집권 바트당의 창건 70주년 축전을 전날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노동신문이 의도적으로 이날에 맞춰 이런 사실을 알린 것 같지는 않다. 축전을 보낸 날이 공습 전날이고, 신문이 인쇄된 시간도 공습이 실행되기 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군사력 사용 명령을 내릴 만큼, 시리아는 미국의 공개적인 적성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인 미국 내 반북한 정서를 더 나쁘게 만들지도 모른다. 토마호크로 얻어맞는 시리아를 보고, 북한이 돌아가는 정세를 냉정하게 읽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온 대북 선제타격론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고조로 올라가는 분위기다. 그런 범주에 들 만한 발언의 횟수와 강도가 모두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최근 며칠간 대북 경고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정상회담 장소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중국이 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예의 경고발언을 다시 꺼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시리아를 전격 공격했다. 대북 선제타격론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우리 입장에선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최후의 수단'은 적의 의도를 꺾는 데 그 존재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도 현실을 정확히 보고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북핵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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