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우려해 美공습에 '이해' 수준의 신중한 지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미국의 우방임을 자부하는 일본이 지난 7일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지지를 선언해 배경이 주목된다.
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은 전날(일본 시간)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 기지에 미사일 표적 공격을 했다고 발표하자 즉각 입장을 내지 않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한 뒤에야 무력행사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포함하지 않은 수준의 지지 선언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화학무기의 확산과 사용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결의를 지지한다. (미국의 공격은) 이 이상 사태의 심각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미국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시리아 공격 자체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이해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이 시리아 공습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통적인 우방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관계 개선을 노리는 러시아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으려고 극도로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러시아가 지배하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반환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 전단계로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달 27일 아베 총리가 러시아에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 개시를 기대하고 있다.
마침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여서 쿠릴 4개섬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도 커졌지만, 미국의 시리아 공격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다시 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쿠릴 4개섬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부 한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아베 총리가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해 '지지'를 하지 않은 것에는 러시아에 대한 배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아베 총리의 지지 발표에 대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부정하는 러시아를 배려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미국의 공격 자체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수준의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시리아 문제에 대한 유엔의 결의안 채택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절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뿐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세계에 보낸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심리테스트라고 할 정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미국의 시리아 공격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억지 효과를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자민당 부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세계의 불량한 국가들에 일정 수준의 억제 효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