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취임후 첫 회의…"핵능력 과시성 발언 나올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기구이자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8번째 최고인민회의인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를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5주년인 오는 11일 개최할 예정이다.
입법과 국가직 인사, 국가예산 심의·승인 등의 권한을 가진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북한의 외치(外治)보다는 내치(內治) 문제를 결정하는 장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북한의 각종 기념일이 몰린 4월을 맞아 대형 도발 조짐이 제기되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대외 노선이나 인식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을 끈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이듬해 4월 12기 7차 회의에서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한 전례가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과거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김정은 체제 이후 최고인민회의가 빈도상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도 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앞선 회의를 통해 핵 보유 관련 법적 '명문화' 작업은 거의 완료된 만큼, 추가 입법보다는 참석자들의 발언이나 결의 표명 등을 통해 핵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북한은 김정은 정권 5년 동안 추진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과 성과를 강조하고, 외부의 압박에 맞서 핵 능력 고도화를 계속하겠다는 '결기'를 보이며 내부 결속 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정성윤 부연구위원은 "대내적 정치행사인 만큼 김정은 체제에서 구축한 핵 능력을 상당히 과장하는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11일)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13일) 5주년을 앞두고 그의 집권 기간 '업적'을 정리하고 기념하는 선전 활동을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당 제1비서·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5주년을 맞아 최고인민회의 즈음에 열릴 중앙보고대회에서도 김정은의 '핵 치적'이 집중적으로 선전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위협 강도도 높이고 있지만, 미·중 정상회담(6∼7일)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대북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위 높은 대미 비난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영매체를 통해 다음 달 한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점차 드러내고 있는 북한이 한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한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시할 대목이다.
최고인민회의의 특성상 대외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정책노선이 제시될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외 메시지가) 나오더라도 기존입장을 재확인·재천명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당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의 경제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대처해 나갈지를 엿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고인민회의 의제인 예산 문제는 올해 북한이 실질적으로 어떤 부문에 힘을 쏟을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 내부에는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흡수할지 등 재정·금융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입법 조치 가운데 경제관리 개선 조치의 제도화가 있을지, 예산 구조에서 변동이 있을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선포하면서 핵무력(핵무기)가 완성되면 국방비를 줄여 경제 분야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회의에서 핵무력 건설이 '완성 단계'라고 선포하고 국방 예산 동결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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