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 외치다 세계경찰 자처" 트럼프 외교 '오락가락'

입력 2017-04-08 10:57   수정 2017-04-08 11:08

"고립주의 외치다 세계경찰 자처" 트럼프 외교 '오락가락'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국제무대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를 공격해 그의 외교 노선이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개입주의'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트럼프의 시리아 정책 변화, 외교 전문가들을 혼란이 빠트리다'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으로 미국 외교 정책의 방향을 파악하려는 국제 문제 전문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부터 지금까지 외교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미국 이익을 가장 우선할 것이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국제 사회에서 규범을 무시하고 강압적 행동을 일삼는 이른바 '스트롱맨'(strong man)들조차 용인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북한 등 적대 국가들에 대한 정책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그의 외교 정책은 실질적이라기보다 엄포용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취해진 시리아 공습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으면 응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주의를 보여준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사코 초청을 거부했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당선 직후 백악관으로 초청했던 데서도 드러났다.

그런데 시리아 공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 지도자로 바뀌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며칠 전만 해도 시리아 문제는 시리아 국민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감행한 데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희생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습 하루 전인 지난 6일 "야만적 공격으로 인해 예쁜 아기들조차 잔인하게 살해됐다. 신의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 전문가인 톰 라이트는 이번 공습에 대해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세계경찰 노릇을 하도록 미국을 은둔에서 끄집어냈다"고 평가했다.

시리아가 지난 2013년 사린 독가스를 사용했을 때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시리아를 공습하기 위해 의회 동의를 구했는데, 당시 트럼프는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고, 미국 문제나 잘 해결하라"고 트위터 글을 날렸다.

최근 몇 달 동안 세계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트럼프 외교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가 외교 정책을 결정할 때 누구의 의견을 주로 듣는지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전문 외교관들인지, 정치 멘토들인지, 아니면 비선 실세로 꼽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인지 가닥을 잡기 위해 애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총사령관을 지냈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이런 가운데 단행된 이번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대한 인권 침해에 직면해 전술적으로 합당하고, 정확한 공습으로 대응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건전한 안보 조언을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은 시리아 공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테러 대응 목적 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비인도적 사태는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태도를 보여줬다고 관측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던 제임스 제프리는 시리아 공습이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존 F. 케네디, 부시(아버지와 아들) 전 대통령 등 2차 대전 후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이 표방했던 강력한 국제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주의가 시리아 공습에서 일과성으로 끝나고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지, 미국의 세계경찰 자임이 계속될지 주목된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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