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지금 공기청정기를 예약 구매하면 일주일 뒤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회사원 김 모(40) 씨는 공기청정기를 사러 서울 롯데하이마트 목동점을 찾았다가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더는 참을 수 없어서 공기청정기를 바로 사려고 했으나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예약만 하고 돌아서야 했다.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 매출이 작년보다 배 이상으로 뛰었다.
6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제품마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배가량 뛰었으며 인기 제품은 예약 구매로만 살 수 있다.
SK플래닛의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 지난달 공기청정기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늘었다. 올해 1∼3월로 보면 166%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의 1분기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늘었다.
특히 3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13∼15평형, 20만∼30만원대 공기청정기 상품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최고 인기 제품 가운데 하나인 공기청정기 전문기업 '위닉스' 사의 13∼15평형 제품은 400여 개 롯데하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박태훈 바이어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찾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인기 제품은 서울 지역 기준으로 지금 예약 구매하면 5∼7일 정도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싼 고성능 공기청정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3월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68% 증가했다. 이 기간에 롯데백화점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급형 공기청정기 매출이 35% 신장한 것과 비교하면 고가 공기청정기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지난달의 경우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매출이 작년 동월 대비 118%나 급증했다.
620만 원대인 독일 브랜드 '나노드론'의 공기청정기는 올해 1∼3월 주문량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0% 이상 크게 늘었다.
260만 원짜리인 아이큐에어의 '헬스 프로 250' 모델은 백화점 전 매장에서 품절돼 주문 시 평균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할 정도다.
옷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도 없애준다는 의류 관리기 역시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100만∼150만원의 고가인데도 지난달 롯데하이마트에서의 매출액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0% 늘었다.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하자 제조업체들은 주말도 없이 공장을 완전히 가동하면서 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의 판매가 돌풍을 일으키자 2월 초부터 광주광역시에 있는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을 주말 없이 가동하고 있다.
LG전자도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 출시 후 지난해 12월부터 경남 창원의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증가해 직원들은 주말에도 특근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전문기업 위닉스는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2014년 50만대였던 공기청정기 시장(대여·판매 대수)이 2015년 90만대, 2016년 100만대로 늘었고 올해는 1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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