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몸무게 117㎏의 마이클 크레익(26·188㎝)이 수시로 코트 위로 몸을 던졌다. 게다가 그는 삭발까지 하고 코트에 등장했다.
크레익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이 '농구 명가' 서울 삼성을 8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삼성은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0-73으로 크게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삼성의 외국인 선수 크레익은 3차전까지 팀 패배의 '원흉'으로까지 지목됐다.
상대 외국인 선수인 제임스 켈리와 맞대결에 투지를 불사르며 '혼자 하는 농구'에 골몰, 실책을 남발하며 팀을 패배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2승 2패로 맞선 상황에서 열린 8일 5차전. 크레익은 머리카락을 거의 남기지 않고 삭발을 한 채로 경기장에 나왔다.
코트에서도 그의 모습은 예전 같지 않았다. 슛 기회가 나도 좀처럼 슛을 던지지 않고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먼저 하려고 애썼다.
간혹 공이 코트 위로 흐르면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려 루스볼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20분 20초만 뛴 크레익은 3점 슛 2개를 포함해 15점을 넣고 리바운드 4개, 어시스트 6개, 스틸 2개의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크레익은 경기를 마친 뒤 "오늘은 선수 전원이 다 같이하는 농구를 해서 이겼기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다"며 "머리카락을 깎은 것은 경기력과는 사실 별 상관이 없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감독님이 '왜 켈리와 일대일 농구에 신경을 쓰느냐'고 지적을 했다"고 소개하며 "감독님 지적을 받고 나서는 팀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팀 동료 임동섭은 "5차전까지 치르느라 선수들이 다 지쳐 있었는데 오늘 크레익이 수시로 몸을 던지면서 허슬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고 크레익을 칭찬했다.
크레익 역시 "사실 우리가 3차전까지는 에너지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팀에 헌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레익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고양 오리온에 대해 "3점 슛이나 리바운드 모두 좋은 팀이기 때문에 수비나 골 밑 가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상대 속공까지 잘 봉쇄한다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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