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조건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갈등을 빚으며 수 개월 간 교착을 빚은 그리스 채무협상이 그리스가 추가 긴축안을 받아들이며 타결에 바짝 다가섰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채무협상과 관련한 큰 장애물이 해소됐다"며 "이제 협상의 마지막 단계를 위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수일 내 그리스 아테네에 실무진을 다시 파견, 세부 내용을 다듬은 뒤 그리스와의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을 위한 선행 조건에 관한 협상을 완전히 타결지을 예정이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그리스 정부가 3차 구제금융이 끝나는 2018년 이후 채무를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2019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연금을 추가 삭감하고, 2020년부터는 세수 기반 확대를 통해 역시 GDP의 1% 규모의 세금을 더 걷는다는 조항을 골자로 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 대신, 그리스가 설정한 GDP의 3.5%의 재정 흑자라는 목표를 달성할 경우 아동 빈곤 완화와 극빈층 지원 등에 추가 재정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긴축 완화 조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그리스 경제가 지난 해 예상을 뛰어넘는 재정 흑자를 내는 등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추가긴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이 수 개월 째 지연되며 그리스 경제 회복이 더뎌지고, 소비 심리와 외국인 투자 등에 악영향이 나타나자 결국 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는 아울러 오는 7월 유럽중앙은행(ECB)에 7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해 이때까지 3차 구제금융 분할금을 채권단에서 받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며 채권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그리스는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재정을 대폭 감축하며 고통스러운 '허리띠 졸라매기'를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규모는 2010년 이전보다 4분의 1이 쪼그라들었고, 실업률은 25%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추가 긴축 수용에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이번 협상에는 우리가 만족할 만한 부분도 있고, 만족하지 못할 요소도 있다"며 "모든 합의의 속성이 그러하듯 (그리스측의)양보가 있었고, 이는 그리스 국민을 화나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스는 이번 합의에 따라 수 주 내로 추가 긴축안을 법제화해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중심이 된 집권 연정은 현재 300석의 그리스 의회에서 153석으로 과반 의석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은 그리스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채무 경감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채무 경감의 형태는 부채 자체를 탕감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율을 낮추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채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은 아울러 그리스 정부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그리스 채무의 지속 불가능성을 경고하며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IMF를 설득하는 작업에도 곧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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