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 트랜스 포터,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입력 2017-04-09 18:24   수정 2017-04-09 19:02

모듈 트랜스 포터,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크레인 대신 등장…느리지만 세밀한 움직임으로 인양 '마침표'

(목포=연합뉴스) 손상원 김예나 기자 = 모듈 트랜스 포터(Module transporter: MT)는 세월호를 육지로 올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장비 중 하나다.

3년간 해저에 침몰해 있던 세월호를 물 밖으로 꺼내 상륙시키기까지 동원된 무수한 인력, 장비 가운데서도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맡았다.






MT는 크레인을 대신해 등판한 '구원 투수'였다.

해수부는 애초 해상에서 배를 건조할 때 쓰는 플로팅 독(floating dock)에 얹힌 세월호를 크레인으로 육지에 올리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MT는 크레인을, 반잠수선은 플로팅 독을 밀어냈다.

바다 위 세월호와 육지의 높이를 맞추면 크레인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등을 토대로 작업 효율성이나 안전성 차원에서 MT가 선호됐다.

MT는 대당 수십t의 하중을 감당할 뿐 아니라 원격조정을 통해 운용 가능한 특수운송 장비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닿은 뒤 장비 동원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오점도 남았다.

선체 무게 추정치가 수시로 늘어나면서 최대 적재용량 40t짜리 MT는 456대에서 480대를 거쳐 600대까지 투입량이 늘었다.

여유 있는 설계 대신 추가 동원이 거듭되자 비용을 의식해 '땜질식' 보강 계획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MT 600대는 양 끝 2줄 60대씩, 가운데 6줄 80대씩 모두 8줄 진용으로 세월호를 아래에서 받치고 반잠수선에서 빼내 육지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각 줄의 MT는 마디마다 달린 다리로 꾸물꾸물 움직이는 지네에 비유되기도 한다.






60대 또는 80대가 조립됐지만, 개별 장비마다 유압장치로 화물을 받치는 면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바퀴도 360도 회전해가며 전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모습이 지네와 흡사해서다.

접촉면이 고르지 않은 세월호의 하중을 고르게 분산하고, 무게 중심을 떠받쳐 균형을 유지하는 게 안전한 이송의 관건이었기에 MT별로 위치와 높낮이를 미세 조정하는 점검이 거듭됐다.

MT는 대형 구조물을 나르는 특성상 속도를 크게 요구받지 않는 데다가 화물이 실리면 이동 속도도 7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어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느릿하지만 안전한 움직임으로 참사 발생 3년에서 1주일 모자란 1천90일째에 세월호를 육지로 끌고 올라왔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와 같은 형태의 구조물을, 이런 모습과 상태에서 MT가 들어 이송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현장의 모든 작업 여건, 장비 운용성, 매뉴얼을 검토하면서 작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sangwon71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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