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관련 '독자적 방도' 경고받은 中, 대북압박 강화할지 관건
시리아공습, 北 핵실험 결정에 영향줄까…단행시 94년 위기 재연우려
대북군사행동에 현실감 덧칠…美 독자행동 가능성에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의기투합은 없었다. 대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성 경고가 있었다.'
미국 당국자들의 설명과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6∼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의 북핵 논의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북핵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뜻을 같이했지만 시 주석은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시 주석이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넘어선 추가적인 대북 압박 구상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회담 전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혔던 공동의 북핵 해법 도출이 실패하면서 관심은 미국의 독자행동 쪽으로 쏠렸다.
회담 결과를 설명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7일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그것(미중 협력)이 중국 측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안(북핵)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 정부가 대북 압박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가 깨닫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8일 분석기사에서 보도했다.
틸러슨의 '독자적인 방도'로는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한국에 대한 전술핵무기 재배치, 대북 군사행동 등이 상황에 따라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지난 6일 시 주석과의 만찬이 끝난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미군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일은 대북 군사행동도 배제된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북한과 중국에 분명히 알린 일로 해석됐다.
거기에 더해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이 9일 현재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은 시리아 공습에 담긴 경고의 메시지를 한층 더 실감나게 만들었다.
WP는 미국의 독자적 방도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더 강한 제재를 의미하는지, (대 북한) 단독 군사행동을 의미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고위 정부 당국자를 인용, "(행동할) 시간이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컨더리보이콧, 대 한국 전술핵 재배치, 대북 군사행동 등의 조치는 모두 경제·안보면에서 중국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만큼 '단독행동'에 나서겠다는 말은 중국을 향한 '최후통첩성 경고'로 읽힌다.
결국 경고장을 받아든 중국과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이 비핵화 대화와 평화체제 대화를 병행하는 방안 등 미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대화론을 계속 거론하며 어깃장을 놓을지 아니면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으로 대북 압박 강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중국 기업으로 위장한 북한 기업과 중국 은행간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방안 등이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거론된 바 있어 중국이 그러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경고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10일 방한하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통해 전해질 것으로 옛아된다.
더불어 트럼프의 강력한 경고를 '듣고 보았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현재 준비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6차 핵실험을 기어이 단행할지 여부도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경고가 안중에 없다는 듯 4월 중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검토됐던 1994년 제1차 북핵위기때를 방불케 하는 긴장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협상이 10년 가까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 핵무기 실전배치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 터에 미국이 '행동'을 예고하며 적극성을 보이는 상황은 일견 북핵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 공습에서 확인됐듯 예고없이 행동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한국 입장에서 마냥 반길 수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 입장에서 보복 공격에 대한 큰 우려 없이 공습이 가능했던 시리아와, 38선을 사이에 둔 채 중무장한 병력이 마주보고 있는 한반도 상황은 큰 차이가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생략한 채 행동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는 것이 우리 외교 당국의 숙제가 됐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국의 현직 정상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에게는 회담직후 결과를 통보한 상황은 우려를 갖게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북한에 대해 '강경'으로 굳어진 트럼프 행정부와 내달 9일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 새 정부의 조율이 원활할지 여부도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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