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시리아와의 연대는 러시아에 문제 야기할 것"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러시아의 노골적인 '시리아 감싸기'가 장기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이 러시아와 시리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만들겠지만 이런 우호 관계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리아를 매개로 미·러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시리아의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민간인 화학무기 공격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것에 주목하며 이것은 미·러 관계가 갈등으로 접어들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때 양국 사이에 밀월관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환상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하나둘씩 입장을 뒤집으면서 이런 환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프는 "러시아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와 틸러슨이 시리아와 아사드에 대한 수사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러시아가 아사드의 행동에 책임이 있고, 화학무기 사용·확산 방지에 관련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내전 승리를 위해 민간인에게 치명적 공격을 일삼는 아사드 정권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9월 아사드 정권에 군사적 개입을 시작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표면상의 이유로 들었다. 또 시리아 내전의 유일한 해법은 평화적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내전에서 승리하고 말겠다는 아사드의 막무가내식 행보가 러시아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없어서는 안 될' 중동의 중재자로 자리 잡고 싶었던 푸틴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아사드에 대한 보호는 터키와 이스라엘과 같은 다른 우방국을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길고, 소모적인 시리아 내전 개입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지는 상황도 푸틴에게 부담이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20%의 응답자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당분간 시리아를 감싸 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내전을 하루빨리 종식하는 것이 러시아가 미국과 고조되는 갈등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크림반도 병합 후 부과된 경제 제재에 따른 고립을 피하려면 시리아와의 협력관계는 필수적이다.
이와 더불어 서방이 한때 우방이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단번에 내친 것을 보고 경악했던 푸틴이 아사드와의 의리를 지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에 부합하듯 다른 국제문제 대응에는 시간을 끌었던 크렘린궁은 미군이 시리아를 폭격하자마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주권국에 대한 침공이라며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군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시리아군의 방공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의 아사드 배후설을 부정하며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에게 공격에 관한 독립조사도 요청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알렉산드르 모로조프는 NYT에 "푸틴은 아사드가 자신의 동맹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러시아를 고립으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푸틴은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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