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냉각 속 중국 상하이 샐비지 '통째 인양' 돋보여
4개국 업체 단계별 기술력 과시…국내 기술 주도력·역할은 '글쎄'
(목포=연합뉴스) 성혜미 손상원 김예나 기자 = 세월호 완전 인양은 한국, 중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다국적 연합팀'의 자존심이 걸린 미션이었다.
1만7천t까지 추정된 대형 여객선을 바다에서 통째로 인양하는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심 44m 진도 해역에 3년 가까이 침몰해 있던 세월호를 물 위로 끌어올려 목포 신항으로 이송, 철재 부두 위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각국 업체의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
인양 업체인 중국 상하이 샐비지는 단연 돋보였다.
상하이 샐비지는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국영기업으로 2015년 8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선정된 뒤 작업을 주도했다.
우리나라 업체 오션씨엔아이와 지분을 7대 3으로 나눠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하이 샐비지는 입찰 당시 27개 업체가 구성한 7개 컨소시엄의 경쟁을 뚫었다.
2015년 7월 중국 양쯔(揚子) 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인양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정부로부터 916억원을 받기로 했지만 난해한 작업 추진으로 그 이상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천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통째 인양'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로 냉랭한 한중관계 속에 양국 협력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업체들도 인양과 선체 조사 등에 뛰어들어 해양 강국의 면모를 뽐냈다.
인양 컨설팅 업체 TMC, 육상이송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모듈 트랜스 포터(Module transporter: MT) 운송을 설계·시행한 중량물 운송 업체 ALE가 영국 회사들이다.
특히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를 목포 신항 철재 부두 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세월호 무게 추정, MT 운용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국 '브룩스 벨'(Brookes Bell)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선체조사위원회가 자문 기관으로 선정한 브룩스 벨은 침몰 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 규명 등 임무를 받았다.
지난 8일에는 세월호가 올려진 반잠수선에 올라타 세월호 선체 외관 검증에 착수했다.
브룩스 벨은 1994년 852명이 숨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 2012년 32명이 숨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고 등과 관련한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해역에서 목포 신항까지 이송 후 육지로 옮겨지기 전까지 세월호가 머물렀던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 선사는 네덜란드의 도크와이즈다.
길이 216.7m, 폭 63m로 축구장 2배 크기에 맞먹는 반잠수선은 바다와 육지 경계에 있는 세월호에는 또 하나의 영토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선체 조사와 선내 수색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승선은 반잠수선 선장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했다.
선체조사위원들조차도 선장의 허락을 얻지 못해 승선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육상으로 출발 작업이 선장의 결정에 좌지우지될 만큼 반잠수선 위에서 절대적 권한을 갖는 선장의 꼿꼿한 '카리스마'는 해수부 안팎에서 회자됐다.
국제 공조의 성과가 빛나는 중에도 해수부, 국내 업체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작업이 국외 업체에 의존하다 보니 해수부는 정보를 장악하지 못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놓쳐 끌려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선체 정리를 맡은 코리아 쌀베지가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쌀베지는 세월호 인양의 근본 목적인 미수습자 수습과 잔존물 반출·분류·보관·처리 등 작업을 맡는다.
sangwon7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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