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후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 합의가 협상에서의 전문성 부족을 노출한 미국 정부의 체면 세우기 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간 무역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했지만, 시 주석과 첫 대면 회담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100일간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약속만이 유일한 구체적 결과였다고 9일 보도했다.
SCMP는 이같은 약속을 받아낸 것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국립대의 미중관계 전문가인 황징(黃靖)은 100일 계획이 무역 협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협상팀의 심각한 전문성 부족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0일 계획은 근본적으로 유권자의 높은 기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이라며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장벽과 관행,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그의 반복된 불만 표출 이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복잡하고 뿌리 깊은 무역 불균형 문제의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100일 계획을 마련했다는 관측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의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은 100일 계획에 대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며 중국이 미국 농산품 수입을 늘리고 (수출입) 격차 축소를 도우려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도 100일 계획은 "기껏해야 염원"에 불과하며 최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를 만족시키고 중국에 대해 강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00일 계획이라는 약속을 얻어내는 대신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밀어부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윌리엄 재릿 회장은 이전 양자 간 무역 협상이 많은 것을 도출하지 못했다며 미국 수출업체와 투자자에 대한 더 많은 시장개방만이 미국에 공정한 무역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컵 파커 미·중 비즈니스 카운슬 부대표는 중국이 이미 금융서비스와 농업, 보험의 자유화를 추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양국이 협상을 통해 이러한 추가 개방의 시행 일정표를 구체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 출신 티머시 스트랫퍼드 컨빙턴 앤 벌링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개방 확대와 같은 구체적 결론이 관계 악화시에는 단명한 채 뒤바뀔 수 있다며 지난 9년간 기초 작업이 이뤄진 양자투자협정(BIT)을 체결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을 얻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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