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무대응" 속 난감…바른정당, 한국·새누리 도매금 취급
조원진 "대선출마 고민중, 수요일쯤 경정"…"탈당, 朴 전대통령과 교감"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5·9 조기 대선을 앞두고 창당한 지 닷새 된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을 탈당해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한 조원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친박'(친박근혜) 색깔이 뚜렷한 신생 정당이 보수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석수는 1석에 불과해 원내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자칫하면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친박연대'가 선전한 것처럼 가뜩이나 지지율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범보수 진영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조 의원은 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당은) 포퓰리즘과 좌파의 선전선동에 당당하게 맞서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나라가 좌파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을 탄핵했고 대의민주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교감했는가인데 (주고받은) 발언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어도 교감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김진태 의원과도 탈당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전날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추대된 조 의원은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면서 "지금 제가 출마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를 좀 더 고민한 이후에 이번주 수요일쯤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창당과 조 의원 입당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새누리당 문제는)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표심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현명한 국민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는 강경 친박계인 조 의원의 탈당에 당혹해 하고 있다.
보수가 뭉쳐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돌려놓기에 벅찬 판국에서 보수 세력이 계속 분열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조 의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홍준표 후보 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당이 당명을 개정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유권자 입장에서 새누리당과 혼동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조 의원의 결정에 이해가 안 간다는 분위기"라면서 "우리 당을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해야 하는 상황에서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적극적인 보수들이 새누리당으로 갈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원진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일축하면서 추가 탈당이 없도록 집안 단속에 나섰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새누리당을 도매금으로 부정하는 한편, 자당과 유승민 후보가 보수의 대안임을 부각하고자 애쓰고 있다.
두 정당과의 차별화로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면서 조 의원 탈당을 계기로 친박 세력을 새누리당으로 몰아 고사(枯死)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 후보가 이날 '조 의원 탈당으로 홍 후보와 단일화가 가능해졌느냐'는 물음에 "한국당 전체가 적폐인데 누가 나와서 다른 당을 만들고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이해 안 간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건전한 보수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쳐다볼 사람이 저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곤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조원진 탈당은 보수가 제자리를 찾는 신호탄"이라면서 "자유한국당 내 친박 핵심들도 홍준표 후보 뒤로 숨지 말고 조 의원을 따라 새누리당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압박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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