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트럼프 독트린'…"어떤 원칙에도 얽매이지 말라"

입력 2017-04-09 16:53   수정 2017-04-09 18:27

드러나는 '트럼프 독트린'…"어떤 원칙에도 얽매이지 말라"

예측 불허하며 '유연성' 극대화…북핵문제에도 적용될지 주목

"극도의 위험 초래할 수 있어"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이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면서 7일(현지시간) 새벽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자 세계 각국은 혼란에 빠졌다.

과연 '트럼프 독트린'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친구'로, 중국은 '적'으로 묘사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 그는 시리아를 공격해 중동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러시아와는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 강력한 대중국 무역 보복을 외친 측근 스티븐 배넌은 배척당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독트린은 바로 '독트린을 따르지 말라(Don't Follow Doctrine)'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8일 분석했다.

기존의 신념이라도 과감히 버리고 상황에 따른 즉흥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 향후 전략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 잠재적인 적대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그러면서도 미국과 그 동맹국의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이러한 원칙 정도를 트럼프 독트린으로 부를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독트린은 8일 미 전역에 방송된 대통령 주례연설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결정은 우리의 가치와 목표에 따를 것이며, 너무나 자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길은 거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나 자신이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특정한 길만을 걷기는 원치 않는다"며 "내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 국방부 관료였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캐슬린 힉스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트럼프 외교정책의 독트린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개성과 부합하는 '예측불가능하고, 본능에 따르고, 통제할 수 없는' 경향만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향이 시리아뿐 아니라,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북한에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도록 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언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이 발휘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미 그의 안보 보좌관들은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를 포함한 여러 '옵션'을 준비해 놓은 상태다.

영국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도중 시리아 공격을 단행했다는 사실은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북한은 그들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사용할지에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문제 개입에 소극적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던 유럽 동맹국과 이스라엘 등은 시리아 공격으로 드러난 트럼프 독트린에 환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 위험 또한 상존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외교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관계평의회의 로버트 대닌은 "대선 후보 시절 '미국 우선주의'만을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금껏 그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미국의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캐슬린 힉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이나 예측 불가능성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행동할지 다른 나라들이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면, 그들은 매우 과격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확실한 이익에 근거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를 잘 집행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기준'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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