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모든 당사자는 위험한 긴장고조서 물러서야"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미국이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전격 공습한 것을 두고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됐다.
9일 이집트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 사무총장 아흐메드 아부 게이트는 전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에 대해 "위험한 긴장 고조"(dangerous escalation)라고 경고했다.
아흐메드 총장은 이어 "아랍연맹은 시리아인의 죽음과 시리아 주권을 희생하면서 이 지역과 국제 강대국들이 정치적 행위를 시도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모든 (시리아 사태) 당사자들이 위험한 긴장 고조로부터물러서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아흐메드 총장은 또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을 비판하며 "그 가해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 의회 내부에서도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이집트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아흐메드 사이드 의원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아랍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군사적 공격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집트 의회 아랍위원회 수장인 사드 엘가말도 "미국의 공습은 시리아 내전의 위험성이 고조됐음을 보여준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에시(IS의 아랍어 명칭)를 제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가 한 행위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습이 오히려 IS를 지원하는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다른 일부 의원들도 아랍연맹이 이 사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터키에서는 미국을 규탄하는 공개 시위가 열렸다.
터키 수도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전날 시위대 100~150명이 모여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비판했다.
주로 '애국당' 소속 회원들인 시위대는 터키 국기를 흔들며 "시리아에서 나가라" "미국 살인자들은 중동에서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터키 공산주의운동' 소속 회원 무리도 같은 날 이스탄불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양키는 집에 가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든 채 시위를 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후원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도 지난 7일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잇달아 내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 공격은 전 세계적인 혼돈과 중동의 테러리즘, 극단주의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도 "미국은 테러리즘을 지원하려고 정치적인 의도로 시리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미국은 이 사건 발생 사흘 후인 7일 새벽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겨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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