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탐색전'에 그쳤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지 않았고, 공동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물론 북핵 해법도 나온 게 없다. 환영 만찬 직후 전격 단행된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정상회담의 맥이 빠진 측면이 없지 않다. 향후 양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상회담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정상이 양국 간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했다는 것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이 쏠렸던 북핵 문제에 대해선 '상호 협력'의 원칙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또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나 "어떤 대화와 논의의 기반이 마련되려면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은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재차 중국을 압박했다. 이번에 시진핑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을 넘어서는 추가 대북 압박 구상을 밝히지 않았고, 트럼프는 '독자 행동' 가능성을 거듭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독자 행보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할 조치로는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 대북 군사행동 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 중인 상황이 9일 알려진 것도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칼빈슨호 외에도 핵심 전력을 속속 한반도 주변에 전개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은 "놀랄 우리가 아니다"(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였다. 북한은 여전히 6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장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다. 관건은 트럼프의 압박에 중국이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이느냐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트럼프는 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외교부는 미·중 정상 간 폭넓은 북핵 논의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고립주의'를 천명해온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을 전격 단행했듯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노선은 예단하기 어렵다. '어떤 원칙에도 얽매지 않는다'는 게 트럼프의 외교노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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