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 달 남은 대선, 선거 구태부터 청산하자

입력 2017-04-09 20:11  

[연합시론] 한 달 남은 대선, 선거 구태부터 청산하자

(서울=연합뉴스) '5.9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자치단체장 등 '입후보 제한을 받는 자'의 사퇴 시한도 9일로 지나갔다. 이날부터 따지면 정확히 29일 남았다. 당장 금주 초부터 숨 가쁜 대선 일정이 시작된다. 11∼15일 선거인 명부와 거소·선상 투표 신고인 명부를 작성하고, 15∼16일에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7일부터 내달 8일까지 22일간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4월 25∼30일 재외투표소 투표를 시작으로 5월 1∼4일 선상 투표, 4∼5일 사전투표소 투표를 거쳐,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드디어 대선 본경기의 휘슬이 울렸다.



금주부터는 대선 후보 토론회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출발 테이프는 국회 헌법개정특위가 끊을 것 같다. 특위는 1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성 등 5당 후보로부터 한 사람당 15분씩 개헌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일선 정치부 기자들로부터 취합한 질문 가운데 쟁점 현안을 추려내 토론회에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TV토론회도 이달 23, 28일과 내달 2일까지 세 차례 잡혀 있다. 1차 정치, 2차 경제, 3차 사회로 주제 분야가 정해졌는데, 1·3차 두 차례에는 시간 총량제 자유토론과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된다고 한다.



과거 대선에서 충분히 입증됐듯이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준비한 원고를 읽는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후보들의 정책 비전과 공약, 판단 능력,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차별화해 검증하려면 미국식으로 무제한 자유토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정된 일정만 보면, 선관위 토론회 중 1차와 3차 두 차례가 그나마 자유토론과 비슷한 것 같다. 허나 이 정도로는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선관위의 경제 분야 토론회 방식도 문제다. 우리 경제의 침체 국면이 장기화,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상황이다. 경제 분야만 따로 대선 후보 토론회를 해도 모자랄 판에 경제만 기존의 맥 빠지는 방식으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조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표심'을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개별 후보가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주장만 갖고는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후보들이 자유토론을 가능한 한 많이 열어야 하는 이유는 시쳇말로 차고 넘친다. 떳떳하고 자신 있는 후보라면 당연히 반길 일이지 피할 이유도 없다.



선거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각 후보 진영의 말과 행동도 거칠어지고 있다. 험구로 범벅된 네거티브도 연일 끊이지 않고 귓전을 어지럽힌다.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한 문제 제기까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거라면 원천적으로 네거티브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뜬소문이나 '가짜뉴스' 비슷한 것을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고 상대 후보한테 옭아매는 식은 곤란하다. 이런 흑색 선전성 네거티브야말로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정치권의 '적폐'다. 아울러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라면 말(言)의 품격도 지켜야 한다. 말은 곧 인격이다. 인격과 품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 저열한 언어를 달고 다니면서 일국의 대통령을 꿈꿀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극단적인 오만이고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밝은 눈으로 지혜롭게 옥석을 가려낼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대선 후보와 각 캠프 관계자들은 지금부터라도 말을 조심하는 게 좋다. 원래 우리 국민은 재주 없는 건 눈감아 줘도 무례한 건 용서하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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