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유재신(유두열)·박윤(박종훈)·송우현(송진우) 등 활약
아버지 이종범 뛰어넘는 활약 펼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주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군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는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선수다.
현역 시절 '야구천재'라고 불렸던 이종범(4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구장에서 하루에 홈런 2개를 몰아치는 장타력까지 보여줬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회 2점 홈런(유희관), 9회 3점 홈런(김성배)을 때렸다.
유희관으로부터 뽑은 홈런으로 이정후는 프로 데뷔 7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는 아버지 이종범(1993년 데뷔)보다 10경기나 빠르다.
넥센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0.286(28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 7득점으로 벌써 외야 한 자리를 예약했다.
9일 경기를 앞두고 장정석 넥센 감독은 "처음에는 고졸 선수 중 좋은 편이라는 정도였는데,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타구 질과 힘이 좋아지는 게 보였다"며 "고종욱과 이정후를 1·2번, 서건창을 3번에 배치한 뒤부터 타선이 성공적이라 당분간 이걸 유지할 계획"이라며 이정후에게 계속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야구선수가 된 2세 선수는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정후는 "아빠가 이종범인 게 오히려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대담한 성격이 돋보인다.
특히 이정후는 야구인 2세가 즐비한 넥센에서도 '군계일학'다운 모습을 뽐낸다.
넥센은 이정후 외에도 외야수 유재신(30), 내야수 박윤(29), 외야수 송우현(21) 등이 활약 중인 팀이다.
유재신의 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롯데의 '레전드' 유두열이다.
대주자 전문 요원인 유재신은 프로 통산 374경기에서 타율 0.242(293타수 71안타)를 기록 중이며, 타점(25점)보다 득점(106점)과 도루(51)가 더 많은 선수다. 아직 프로에서 홈런은 없다.
박종훈(58) 한화 이글스 단장의 아들인 박윤은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2011년 1군에 데뷔했지만, 통산 타율 0.165(85타수 14안타)에 홈런 없이 4타점만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 최다승(210승) 투수 송진우(51)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코치의 아들 송우현은 아버지와 달리 외야수가 주 포지션이다.
풍부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1군 출전 경험이 없는 유망주다.
이런 선배들을 제치고 이정후는 고졸 신인 야수로는 이례적으로 빨리 1군에 연착륙했다.
이정후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지켜보는 건 야구팬의 큰 즐거움이다.
아직 KBO리그에는 아버지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말할 아들은 없지만, 역사가 긴 메이저리그에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철인' 칼 립켄 주니어와 명예의 전당 최고 득표율(99.32%)을 기록한 켄 그리피 주니어, 통산 762홈런으로 역대 1위인 배리 본즈 등은 아버지도 메이저리그에서 이름난 선수였다.
과거 이종범은 "이종범 아들 이정후가 아닌 이정후 아빠 이종범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이정후가 KBO리그 역대 최고의 '호타준족' 이종범을 뛰어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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